[아름다운 중국을 가다(3)] 미래 중국 농촌 발전 청사진 장자강
2014-06-11 07:02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마을 한가운데 커다란 호수에서 분수가 나온다. 반듯하게 깔린 아스팔트 도로 양 옆엔 4~5층짜리 깔끔한 빌라촌이 들어서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외제차도 종종 눈에 띈다. 농촌 하면 떠오르는 논밭이나 경운기, 거름 냄새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타 다른 중국의 농촌 시골마을과 전혀 다른 현대화된 도시의 느낌이다.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농촌 마을로 꼽히는 장쑤(江蘇)성 장자강(張家港) 난펑(南豊)진 융롄(永聯)촌의 현 주소다.
▲중국 최고 부자 시골마을 ‘융롄촌’
과거 중국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도시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켰다. 자연스럽게 농촌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다. 하지만 도시 후커우(戶口 호적)가 없는 이주 노동자, 즉 농민공들은 도시 후커우가 없기 때문에 도시민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해 결국 경제발전의 소외계층으로 전락했다. 이는 결국 도농 주민간 빈부격차를 초래했다.
융롄촌은 농민의 도시 유출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도시 건설에 나섰다. 무엇보다 마을에 농촌 주민들이 일할 수 있는 대기업을 건설했다. 이것이 바로 융롄촌 철강그룹인 융강(永鋼)그룹이다. 주민들은 융강 그룹 건설을 위해 농사를 짓던 토지를 제공한 대가로 기업 지분을 각자 소유했다. 현재 융강그룹에서 매년 나오는 수익 중 2~3억 위안을 농촌 주민들이 함께 향유하고 있다. 융강그룹은 현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융강그룹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1만명 중 2000~3000명은 이곳 주민들이다.
융롄촌 마을 입구에 세워진 황금색 다섯 손가락 모형 동상은 바로 부자 시골마을로 발전한 융롄촌의 원동력을 보여준다. 다섯 손가락은 융롄촌 주민들의 땀 흘려 일한 노동을, 황금색은 바로 부를 상징하는 것.
장자강 농촌마을 융롄촌이 제시한 ‘융롄모델’은 바로 중국 농촌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보여준다. 중국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도농 일체화의 이상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농촌 경제가 향상하면서 장자강에서는 실제로 도심에 사는 도시와 농촌 주민간 소득 격차도 크지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1인당 도농 주민 평균 소득은 각각 2만9547위안, 8896위안으로 3배 넘게 차이가 난다. 반면 현재 장자강 도농 주민 소득은 각각 4만3400위안, 2만1700위안으로 중국 평균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격차도 2배에 불과하다. 장자강은 오는 2015년까지 도농 주민 소득 수준을 각각 5만3000위안, 2만5600위안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장자강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농민공 자녀들도 현지 주민과 동등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장자강시는 지난 2012년 농촌지역 교육수준와 빈곤가정 자녀 의무교육 수준 향상을 위해 총 12억5800만 위안을 투자했다.
장자강 탕시(塘市) 초등학교는 대표적인 농민공 자녀 학교다. 탕시 초등학교가 2억 위안을 투자해 농민공 자녀를 위해 건설한 제2 캠퍼스는 지난 2012년 12월 개교해 운영 중이다. 이곳의 초등학생 2479명 중 70% 이상이 중국 각 지역에서 장자강으로 일자리를 찾으러 온 농민공 자녀들이다. 이곳에서는 농민공 자녀들이 현지 지역사회에 융화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항구에 기반한 현대화 도시
중국 창장(長江) 하류 지역에 위치한 장자강은 중국 장쑤성 쑤저우(蘇州)시 산하 현급시로 90만명 인구가 거주하는 999㎢ 면적의 작은 항구도시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해 지역 GDP는 2145억 위안으로 중국 서부지역의 구이저우성 성도 구이양이나 간쑤성 성도 란저우 등과 맞먹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장자강이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개혁개방 바람을 타고 장자강이 중국 창장 유역의 최대 대외 항구도시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장자강은 1992년엔 중국내륙의 유일한 보세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 장자강 항구 한해 처리 물동량은 2억5000만t에 달한다. 이중 5분의 1인 5000만t이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 해외 수출 물량이다. 장자강 항구는 오는 2015년까지 항구 물동량을 3억t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일찍이 대외개방 항구로 선정된만큼 장자강에 입주한 외자기업도 수두룩하다. 현재까지 장자강시 외자기업 수는 1109개로 총 투자액은 213억 달러. 세계 500대 기업도 58곳이나 입주해있다. 이들 외자기업 협력사도 4800개로 장자강내 13만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포항제철 장자강 공장을 비롯해 동부제강, 현대위아, SK, LG도 장자강에 둥지를 틀고 있다.
장자강의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로컬기업으로는 중국 내 유일한 민영 철강기업인 샤강(沙鋼) 그룹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280억 위안의 매출을 올려 중국 철강업계 2위를 차지했다. 조강생산 능력(2013년기준)은 3501만t 규모로 세계 7위다. 세계 500대 기업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장자강은 포항이나 광양처럼 샤강이 성장하면서 함께 발전한 도시인 셈이다.
특히 최근 들어 철강경기 침체 속에서 샤강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꾀하며 녹색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저탄소 경제, 에너지 절약 방면에 60억 위안을 투입했다.
▲생태 도시를 향해 ‘성큼’
장자강은 지난 2008년 유엔이 선정한 살기좋은 도시에 선정됐을 만큼 자연친화적 도시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장자강 도심을 걷다 보면 시내 중심가로 한 줄기 맑은 하천이 흐르고 양 옆으로 노천 카페가 줄지어 서있고 산책로도 조성돼 있다. 이곳에선 시민들이 한가롭게 거닐고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대표 레저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이 곳은 아스팔트에 덮여 폐수가 흐르고 악취가 들끓는 도심 속 흉물이었다. 그러나 2012년 현지 정부의 총 960m에 이르는 하천 복원 공사 끝에 최근에야 건강해진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휴식과 문화공간을 선사하는 구궁강(谷瀆港) 생태 하천으로 거듭났다. 그야말로 ‘중국판 청계천’인 셈이다.
장자강 남부에는 지양후(暨陽湖)를 중심으로 거대한 생태 습지공원도 조성돼 있다. 총 4.41㎢ 면적에 달하는 이 공원의 녹지율은 70%에 달한다. 공원 안에는 대형 인공호수도 있다. 지난 2000년 강변 고속도로를 건설할 당시 채굴한 토양으로 조성했다. 이곳엔 레저 휴양촌을 비롯해 노천 공연무대, 음악 분수, 수상 레저공간이 조성돼 있어 인근 주민들이 애용하는 레저 공간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