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현, 스코어카드 잘 못 적어내고도 우승?
2014-06-01 19:53
실제보다 많게 기록해 채택돼…적게 기록했다면 우승 날릴뻔…KPGA 72홀 최소타수 타이 기록도 날아가
스코어를 잘못 적고도 실격 대신 우승을?
1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해피니스 송학건설오픈’ 챔피언 김우현의 스코어는 당초 4라운드합계 21언더파 263타(62·67·69·65)로 알려졌다. 실제 그가 기록한 스코어도 21언더파 263타였다.
263타는 KPGA투어 역대 ‘72홀 최소타수’ 타이 기록이었기에 그의 생애 첫 우승은 더 빛나보였다.
그러나 시상식장에서 그의 우승스코어는 20언더파 264타로 정정발표됐다. 그는 최종일 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스코어 카드에 ‘3’으로 적혀야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4’(파)로 적힌 것이다.
골프규칙 6-6d는 ‘경기자가 한 홀의 스코어를 실제 친 스코어보다 적게 기록해 제출한 경우에는 실격이다. 그러나 실제로 친 스코어보다 더 많게 기록하여 제출한 경우에는 그 제출된 스코어가 그대로 채택된다.’고 규정한다.
김우현이 특정 홀의 스코어를 실제 스코어보다 더 많게 적어 냈기에 그대로 채택된 것이다. 만약 그 반대였다면 첫 승이 날아갈뻔했다. 김우현은 또 2위와 격차가 컸기 때문에 1타를 손해보고도 넉넉히 우승할 수 있었다.
김우현은 이날 백주엽 김성용과 함께 챔피언조로 플레이했다. 세 명이 동반플레이할 경우 엇갈려서 서로 마커를 한다. 이날은 김우현이 백주엽, 백주엽이 김성용, 김성용이 김우현의 마커를 했다.
스코어카드는 경기자가 아니라, 마커가 적는다. 따라서 김우현의 이날 스코어카드는 김성용이 적었다. 다만, 라운드 후 김우현은 마커(김성용)가 적은 자신의 스코어를 일일이 확인한 후 이상없으면 사인을 첨부해 제출한다. 김우현은 흥분했는지, 착각했는지, 자신의 스코어카드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고 그것을 제출했다. 따라서 최종책임은 김우현 본인에게 있다.
이 코스가 지난해에는 파72였다가 올해는 파71로 된 바람에 두 선수가 헛갈린 점도 있을 듯하다. 지난해에는 8번홀을 파5로 셋업했으나 올해는 파4로 줄여 셋업했다.
비록 우승자가 뒤바뀌지 않았으나, 이 대회는 스코어 카드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한번 일깨웠다.
한편 비슷한 사례로 거론되는 선수가 로베르토 드 빈센조(아르헨티나)다.
그는 1968년 마스터스토너먼트 4라운드 때 17번홀(파)에서 버디를 하고도 파로 적어냈다. 그 바람에 그는 1타가 뒤져 봅 골비(미국)와 연장전을 벌이지 못하고 2위에 그쳤고, 아르헨티나 최초의 메이저대회 우승 기회도 날렸다.
빈센조는 나중에 서투른 영어로 “이런! 얼간이같으니라고.”(What a stupid I am.)고 자책했으나 승부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빈센조는 2009년 그의 제자격인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가 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걸침으로써 41년 묵은 한을 조금이라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