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국내은행 해외점포, 현지화 실패…금융지원 늘려야"

2014-05-29 16:19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우리나라 은행 해외점포의 현지화가 정체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한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금융외교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29일 한국국제금융학회와 전국은행연합회, 한국금융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의 은행 국제화와 동북아 국제금융센터 현주소' 세미나에서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은행산업의 국제화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를 발표하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은행의 해외 점포 수는 153개로 2002년부터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18개 은행이 평균 8.5개의 해외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2001년 점포당 임직원 수는 22.1명에서 2013년 16.1명으로 감소했다. 현지에서 채용한 임직원 비중 역시 2.0%로 1999년(2.6%)보다도 낮았다.

서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수출입은행 제외)의 전체 점포 수 7797개 대비 해외점포 수(147개) 비중은 1.9%로 2002년 말과 동일한 수치를 기록했다"면서 "임직원 수만 보더라도 현지화가 정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총 숫자만 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은행 등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96개로 전체의 62.7%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4년간 증가 규모를 보면 우리, 기업, 농협, 산업,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과 정부소유 은행의 해외점포 수가 16개 증가해 전체 증가분(21개)의 76.2%를 차지했다. 이들 은행은 상업은행에 비해 영업보다 비경제적 요소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해외점포의 62.1%는 아시아지역에 있으며, 최근 4년간 증가한 점포 수 21개 중 81%도 아시아에 있었다. 이는 현지로 진출한 국내 기업 간 경쟁을 과열시키고, 특정국가 집중에 따른 국가 위험도(country risk)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으로 꼽혔다. 특히 미얀마나 인도, 베트남, 중국 등 국내 은행이 집중적으로 진출하는 곳은 현지 진입장볍도 높고 업무도 제한적으로 이뤄져 현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총자산은 지난해 1조8179억 달러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억5000만 달러로 전년(6억4000만 달러)보다 감소했으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6%로 전체 ROA(0.2%)보다 높았다. 국내 점포 수익성이 워낙 낮은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1999~2013년 중 국내은행 해외점포 ROA의 표준편차는 1.04로 국내은행(0.58)보다 현격하게 컸다. 수익기반이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또한 국내점포와 해외점포 수익률의 상관계수는 84%에 달했다. 서 연구위원은 "국내 점포가 어려울 때 해외점포가 잘 해서 리스크가 분산되는 게 해외진출의 중요한 동기"라면서 "상관계수가 마이너스가 나와야 하는데 계수가 과도하게 높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주로 본점에서 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을 국내기업 현지법인이나 현지 점포에 대한 대출(국내 본사 보증)로 운용하는 점, 신용장과 환어음 등 무역금융서비스 위주로 운영을 하는 점 등에서 국내 은행들의 현지화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서 연구위원은 "은행의 지배구조 개선, 전문경영인 양성 등으로 은행 임직원의 기업가 정신을 높이는 한편, 중복 진출을 조정하면서 사업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대규모 진출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아시아 신흥국가에 대한 금융인프라 수출 독려, 정부의 금융외교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