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선의 이슈만] 연상연하 시대라 해도 '밀회'는 너무했잖아

2014-06-01 21:54

[사진출처=JTBC '밀회' 공식 홈페이지]

아주경제 신원선 기자 = 백지영-정석원(9살차), 한혜진-기성용(8살차) 커플은 연예계 대표 연상연하 커플이다.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밀회', tvN '마녀의 연애'의 공통점 역시 연상연하 커플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고 지위 또한 높아졌다. 이제 능력있는 여성들이 젊은 연하남을 만나는 것은 더이상 이례적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연상연하 커플의 혼인 건수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래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으며 전체 여자연상 부부 비율도 동갑내기 부부 비율을 따라잡았다.

이같은 사회적 흐름은 과거 TV를 틀기만하면 나오던 드라마 설정인 '신데렐라 신드롬'(보잘 것 없는 여자 주인공이 능력있고 잘생긴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이야기)과 '캔디 신드롬'(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않고 역경을 이겨내는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해피엔딩 스토리)의 맥을 끊었다.

드라마 '밀회'는 가정이 있고 사회적으로도 유명한 주인공 오혜원(김희애)과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가진 대학생 제자 이선재(유아인)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그렸다.

'밀회'는 기획 단계부터 20살 나이차 연상연하 커플의 불륜이라는 파격적 설정으로 많은 네티즌의 관심을 받았으며 종편 드라마임에도 매회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짜임새 있는 스토리도 인기의 요인이었지만 소재가 주는 신선함도 한 몫 했다.

인기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사회가 변했다 해도, '한국사회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나이차, 게다가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아 마땅한 불륜, 선생과 제자 관계의 사랑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점은 냉정하게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주인공 역을 맡은 김희애와 유아인은 나이 차를 잊게 할 정도의 비주얼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비윤리적 소재가 시청자에게 줄 수 있는 거부감을 오나화시켰다. 하지만 실제로 이웃에 사는 유부녀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 그것도 제자와 불륜을 저질렀다면? 김희애-유아인 커플의 사랑을 응원한 것처럼 지지할 수 있을까?

'밀회'는 드라마 주 시청층인 40~50대 여성들의 '나이가 많지만 나도 젊고 아름다운 남성을 만나고 싶다'는 로맨스 판타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고 제작진은 시청률로 재미를 봤다.

연상연하를 소재로 한 콘텐츠 생산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비난할 이유도 없다. 드라마가 옳은 일을 하라고 가르치는 도덕교과서여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시청률과 재미를 위해 자극적 소재와 판타지 충족에 치중해 부도덕한 소재까지 미화하는 것은 함께 TV를 시청하는 어린 자녀와 자라나는 청소년의 정서발달을 고려할 때 '위험'하다. 영화에는 청소년관람불가라는 제한이라도 있지만 드라마는 걸러짐 없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