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끊임없는 'CEO 리스크'로 몸살
2014-05-25 08:00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금융권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혼란스럽다. 금융사 CEO와 경영진이 새로 바뀌면 종종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금융권에서 사고·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위기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현재까지 일부 금융지주사와 은행에서 CEO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CEO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지나친 개입도 위기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현 정부 들어 본격적인 'CEO 리스크'는 지난해 6월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압력을 받고 사퇴했을 때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올 들어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 다시 관치 논란이 불거졌다. 과거 저축은행을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김 행장에게 금융당국이 계속해서 자진사퇴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BS금융 사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특히 외환은행 통합, KT ENS 직원 등이 연루된 대출사기 수습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행장 한 명이 흔들리다보면 하나은행 전체가 안정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서 CEO 리스크가 터져나왔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사회, 그리고 이건호 국민은행장 및 정병기 감사 등이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히 맞선 것이다.
KB금융 사태 역시 근본적으로는 금융당국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많다. 낙하산 인사, 외부 인사 등 당초 소통이 쉽지 않은 서로 다른 출신의 CEO들이 의견을 조율하려다보니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정보유출, 부당대출 및 횡령 등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돼 있어 어느 때보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방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되레 CEO들이 위기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금융권에서 불거진 사건·사고들이 대부분 특정 직원의 실수와 잘못에 의한 것이라지만 한편으로는 경영진의 소홀한 내부통제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어느 때보다 CEO들의 각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