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새 얼굴 '조현준 사장', 경영 보폭 넓힌다

2014-05-20 14:36
일각에선 경영권 승계 본격화 관측도

조현준 효성 사장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섬유·정보통신PG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분 매입은 물론 글로벌 업계 인사들을 직접 만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효성을 대표하는 새 얼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현준 사장은 지난달 29일과 30일, 지난 2일 효성 주식 3만7700주 매입해 지분율을 9.95%에서 10.06%로 높였다. 이는 최대주주인 조석래 회장의 10.32%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율이다.

삼남 조현상 부사장(산업자재PG장)의 지분율은 9.18%로, 이를 포함한 조 회장 부자의 지분은 지난해 초 27.05%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30.22%까지 회복했다. 이처럼 장남 조 사장과 삼남 조 부사장은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주식을 매각한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높여왔다.

이를 두고 재계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효성 측은 "경영권 방어와 주가 방어 차원에서 시장에 풀린 물량을 거둬들이는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효성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은 조 사장의 활발한 대외활동에서도 감지된다. 조 사장은 한일경제인협회장을 맡았던 조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14일과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64회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했다.

조 사장이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년간 한일경제협회 회장을 맡은 조 회장은 세 번째 임기를 끝으로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자리를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이어 3월 조 사장이 부친의 뒤를 이어 협회 부회장에 선임됐다.

최근 조 사장이 그룹 경영 전반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효성의 섬유PG장, 정보통신PG장, 전략본부장을 겸임하는 것은 물론 계열사인 효성ITX, 노틸러스 효성 등의 경영까지 직접 챙기고 있는 것.

효성의 IT계열사인 효성ITX는 이달 초 사물인터넷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2018년까지 매출 7000억원 이상의 사물인터넷 부문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이처럼 효성ITX가 신사업을 확대한 배경에는 조 사장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조 사장은 "사물인터넷은 제3세대 디지털 발전을 뜻할 정도로 중요한 사업"이라며 "기술 개발과 연구에 대한 투자와 전문 인력육성, 채용을 확대해 효성ITX가 사물인터넷 분야의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조 사장의 빠른 경영 행보에 효성의 후계 구도가 조 사장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부친을 대신해 한일경제인회의에 효성을 대표해 참석하고, 그룹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 등 효성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효성 측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