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점검]매매·전세·경매 하락세, 분양·수익형·토지 활황세(종합)

2014-05-14 17:49


아주경제 권이상·이명철·김현철·권경렬·노경조 기자= 2·26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에선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 초까지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매매시장은 대책이 나온 뒤 줄곧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에 지친 세입자들이 매수 전환에 나서면서 전세 시장은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건설사들이 주요 입지에 싼 가격으로 분양에 나서며 청약시장 열기는 계속 가열되고 있다. 주택 매매 시장을 떠난 부동자금이 몰리며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분양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2·26 대책으로 월세소득 과세 대상에 포함된 오피스텔의 경우 인기가 시들해졌다. 토지 시장은 상가·오피스 가격이 상승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꾸준한 상승세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8464건으로 전월 대비 10.8% 감소했다. 올해 들어 증가세를 유지하던 월별 거래량이 지난달을 기점으로 꺾인 것이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거래량은 1416가구로 전달에 비해 24.7% 감소했다.

시세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8주 연속 0.01% 하락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거래 부진 속에서 약세(-0.04%)를 보였고, 일반아파트는 보합세를 보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은 “매매심리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에는 단기 투자 수요 민감도가 과거보다 높지 않다”며 “가을부터 보합 내지는 약간 회복하는 분위기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시장도 천정부지로 치솟던 전셋값이 한풀 꺾이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보합세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8월 이후 89주 만에 상승세가 멈춘 것이다.

특히 강남(-0.04%)지역을 비롯해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던 서울·수도권(-0.02%)이 진정된 것이 눈에 띈다.

전세 거래량은 서울 기준 3478건으로 하루 평균 248건이 거래되지만 전년 동월(일 평균 301건) 대비 31건(17.6%)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전셋값이 급등한 데 따른 하락 조정시기인 것으로 분석한다.

매매∙전세시장과 시차가 있는 경매시장도 이번 주 상승세가 꺾였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5.6%로 전월 대비 0.6% 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 1월 82.6%에서 4월 86.2%까지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이달 들어 처음 하락세로 돌아섰다.

평균 입찰경쟁률도 6.8대1로 지난달(7.6대1)에 비해 0.8 포인트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낙찰가율이 지난달 87.3%에서 이달엔 85.4%로 낮아졌고 입찰경쟁률도 6.7대1에서 5.5대1로 줄었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는 기본적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는 시장이기 때문에 임대소득 과세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분양시장은 청약이 활기를 띠면서 회복세가 완연하다. 상대적으로 잠잠한 주택 거래시장과 달리 순위 내 청약 마감 및 계약 완료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4월 청약 접수를 받은 아파트 중 순위 내 마감한 단지는 총 59곳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위 내 마감 단지는 26곳으로 1년 새 두 배 이상 마감 단지가 늘어난 것이다.

청약경쟁도 치열하다. 지난달 청약 접수를 받은 대구 ‘오페라 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는 579가구 모집에 3만1400여 명이 몰려 76.8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최고 경쟁률이다.

부동산114 이미윤 책임연구원은 “투자처를 찾는 수요자들이 신규 분양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익형부동산에서는 상가시장의 활기가 느껴진다. 상가는 분양가를 대폭 낮춘 상가가 등장하면서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일부 주요 상권의 임대료도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주요 상권의 상가 평균 임대료가 지난해 4분기 대비 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도 잘되는 편이다. 임대료는 오르는데 기존보다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상가들이 많아서다.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인천 송도에 공급한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는 분양 2일 만에 40%가 넘는 계약률을 달성했다.

또 지난달 분양한 ‘송파 와이즈 더샵’ 상업시설은 최고 49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한 지 4일 만에 계약이 모두 완료됐다.

오피스텔은 월세 과세와 최근 공급이 크게 늘면서 수익률이 하락하는 추세다. 올해 오피스텔 입주물량은 지난해보다 1만 실이 늘어난 4만여 실이 입주할 예정이다. 수익률도 점차 하락세다. 2006년 6%대 후반이던 수익률은 지난해 말에는 5%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3월 전국 땅값은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거래량은 22만7128필지로 전년 같은 달(18만763필지)보다 25.6%나 늘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서울 강남구로 전월 대비 0.51%나 올랐다. 신사동·역삼동·청담동 등에 소재한 상업용 부동산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건물이 자리한 토지 가격도 함께 오른 것이다.

강남구 다음으로 땅값이 많이 오른 곳은 0.51% 오른 세종시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개발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순수토지 및 건축물 부속토지 가격이 많이 올랐다.

공정률 95%로 조성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광주전남혁신도시가 자리한 전남 나주시 역시 전월 대비 0.469% 오르며 뒤를 이었다.

제주도 역시 0.32% 올라 강세를 이어갔다. 새로운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양형 호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데다 투자이민제로 인해 중국인 등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전종철 건국대 부동산아카데미 교수는 “그동안 표준지 공시지가를 현실화시키면서 자연히 땅값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제 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