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완성차3사의 속앓이 ‘내수 늘지만 수출은…’

2014-05-07 15:00



아주경제 윤태구ㆍ박재홍 기자 =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들어 전년 대비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3사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내수 판매는 급증한 반면 수출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국내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80만2657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8.0% 판매량이 증가했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 모두 전년 동월대비 판매량이 증가하며 국내 완성차 5개업체 모두 호실적을 보였으나 내수와 수출로 나눠보면 내용이 달라진다.

주인이 외국업체인 외국계3사(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는 내수는 증가했지만 수출은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GM이 주인인 한국지엠은 지난 4월 내수는 1만3086대를 팔아 전년 동월대비 27.5% 증가했지만, 수출은 3.6%가 감소해 4만6896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1~4월 누적 수출량에서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1%나 줄었다.

지난해 말 한국지엠의 수요 수출 대상이었던 유럽시장에서 쉐보레의 철수 여파가 지속되고 있고, 2015년 말 시장 철수가 완료되면 수출량 감소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1~4월 한국지엠의 수출 차량은 RV차종을 제외한 전 차종에서 전년 같은기간 대비 20~60%대의 감소세를 보였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르노삼성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4월 35.7%의 내수 판매 성장을 이룬 반면 수출에서는 0.8% 증가에 그쳤다. 1~4월 누적대수로 보면 내수는 21.9% 증가했지만 수출은 28.8%나 감소했다.

특히 지난 4월 1445대를 판매하며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판매가 증가하며 르노삼성차의 내수를 견인하고 있는 QM3는 전량 스페인에서 수입하고 있는 모델이어서 국내 제조공장과는 사실상 관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달 방한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QM3의 국내 생산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업계에서는 실제 실현 가능성을 어렵게 보고 있다.

르노 본사 측에서 스페인 공장에 비해 부산공장이 비용 대비 생산성 측면에서 여전히 높지 않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곤 회장은 방한 당시 르노삼성차의 부산공장의 생산성에 대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쌍용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쌍용차는 지난 4월 내수에서는 전년 동월대비 17.5% 증가한 6010대를 팔았으나, 수출은 7624대를 팔아 전년 같은기간 대비 1.8% 증가에 그쳤다.

그나마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은 GM이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같이 글로벌 판매망이 갖춰져 있지 않아 본사의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지만, 올해 원화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쌍용차를 포함한 이들 외국계 완성차 3사들의 수출여건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차 등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 본사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 좌지우지되면서 수출기지로서의 역할보다 한국 자동차시장 점유율 유지 목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구도가 대형 업체만 살아남는 양극화로 진행될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