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만가구 입주폭탄에 주춤하는 세종시

2014-05-06 13:51
전셋값 4개월 만에 5000만~7000만원 떨어져
매매가 3000만~4000만원, 분양권 500만~1000만원 하락

세종시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과 매매가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퍼스트프라임 2단지 전경.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세종시는 작은 이슈 하나에도 크게 움직인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입주가 몰려 전셋값은 더 떨어지겠지만 집값은 큰 폭으로 하락하진 않을 것이다." (세종시 한솔동 M중개업소 관계자)

줄곧 상승세를 타던 세종시 주택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새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매매가도 주춤하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3만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찾아간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아파트 단지내 상가 공인중개업소는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전세 매물은 넘치는데 수요자가 적어 문의 전화조차 뜸하다. 

인근 H중개업소 관계자는 "몇달 전까지만 해도 84㎡(이하 전용면적) 기준 전셋값이 2억원을 넘었는데 지금은 1억5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며 "집주인과 흥정하면 500만~1000만원까지 추가로 깎는 것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첫마을 퍼스트프라임 1단지 84㎡는 지난해 12월 2억1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지난달 들어 1억4500만원으로 7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최근에는 1억2000만~3000만원대 매물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종촌동 한신휴플러스 리버파크 84㎡형은 1억원짜리 전셋집도 등장했다.

이처럼 전셋값이 급락한 것은 입주 러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세종시에는 올해 1만4681가구, 2015년에는 1만6346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향후 2년 동안 아파트 입주물량이 3만1000여가구에 이른다.

공급물량에 비해 수요는 많지 않다. 지난해 말 정부청사 2단계 이전으로 산업통상자원부·교육부·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 13개 기관 공무원 5601명이 세종시로 내려왔다.  

종촌동 S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입주가 늦어지고 있다"며 "입주 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84㎡ 전셋값이 1억원 밑으로 떨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세종시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과 매매가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아파트 단지내 상가.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아파트 매매가와 분양권 시세도 떨어지는 추세다. 현재 세종시에서 가장 비싼 한솔동 첫마을래미안 84㎡은 연초보다 3000만원 가량 빠진 2억7000만원짜리 급매물도 등장했다. 지난해 3억7000만원까지 올랐던 금강 조망이 가능한 로열층·로열동 물건은 현재 3억30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분양권 거래가격 역시 단지에 따라 84㎡ 기준 2000만~3000만원 가량 붙었던 프리미엄이 500만~1000만원 정도 빠진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세종시 주택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수요가 따라가지 못해 역전세난이 일어난다"며 "역전세난이 진행되면 결국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공공연히 불법 전매를 권유하기도 했다. 전셋값이 낮고 집값도 하락세기 때문에 당장 집을 사는 것보다는 분양권을 사놓고 전세로 거주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인근 S중개업소 대표는 "조만간 분양이 이뤄지는 2-2생활권의 경우 1순위 당해지역 마감이 예상되고 있어 전매제한이 풀리기 전에 미리 분양권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