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동심’에 빠지다

2014-04-21 06:01

▲ 아이파크백화점 토이&하비 매장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 공기업에 다니는 박씨(33)는 남다른 취미를 하나 갖고 있다. 바로 블록 완구인 레고를 수집하는 것이다. 레고 한정판 제품을 사기 위해 1년에 수백만원씩 쓰고 있을 정도다. 박씨는 "주변에서 애들 장난감을 왜 모으냐고 하지만 이는 당당한 취미생활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어른들이 '동심'에 빠졌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지갑을 열고 있다.

이들을 일컬어 '키덜트족'이라고 부른다. 이는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로, 어린 시절 감성을 간직한 어른들을 말한다. 직장을 가진 20~40대의 성인들이 어렸을 적 추억을 바탕으로 관련 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현상이다.

20일 아이파크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취미·장난감 전문숍 '토이&하비' 매장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5.9%나 증가했다. 불황 여파로 전반적인 상품군의 매출이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과거 어른이 장난감을 갖고 논다는 생각에 남성들은 매장에 오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당당한 취미생활로 인식하면서 고연령대의 남성 마니아층도 늘고 있다.

또 최근 RC카·헬기 등 관련 동호회도 활발해지면서 저변이 넓어졌다. 외관이 실제 자동차와 흡사한 스케일 RC카는 가격이 100만원대에 이르는 고가임에도 한 달에 50대 이상 팔려나가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아이파크백화점 토이&하비 매장의 전체 매출 가운데 30대가 34.8%, 40대가 54.2% 등으로 30~40대가 90% 가깝게 차지하고 있다.

아이파크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한 자릿수 성장하는 불황기 속에서도 키덜트 상품군이 20~30%에 이르는 고신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취미 관련 상품은 '목적구매'가 대부분이고 보통 2~3시간 매장에 머물며 가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연관 상품의 판매 유발 효과도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키덜트 문화가 완구 시장에서 벗어나 식품·화장품·캠핑 등 소비시장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빙그레는 올해 10주년을 맞은 '요맘때'를 리뉴얼하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캐릭터를 활용한 패키지를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월트디즈니와 공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인기 캐릭터 캠핑용품을 출시했다.

패션·뷰티업계에서도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키덜트 마케팅이 한창이다.

LAP은 지난 2월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랩+미키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미키마우스 협업 제품을 판매했다. 유니클로도 올해 봄·여름 UT 컬렉션을 통해 디즈니·피너츠·스누피 등의 인기 만화 캐릭터 제품을 출시했다.

안나수이와 에뛰드하우스는 미니마우스를 테마로 한 콜라보레이션 한정판 화장품을 각각 선보인 바 있다. LG생활건강 계열의 색조 전문 브랜드 보브도 바비 인형 캐릭터를 활용한 컬렉션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