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할인분양에 기존 입주민 '뿔났다'

2014-04-17 14:33
청라 롯데ㆍ한강신도시 한라 등...건설사 "미분양 해소위해 불가피"

청라롯데캐슬 조감도. [이미지제공=롯데캐슬]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건설사들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할인분양에 나서면서 분양가를 다 지불한 기존 입주민들의 반발이 표면화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청라국제신도시 청라롯데캐슬 아파트 입주민들은 전날 인근 롯데마트 앞에서 할인분양을 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롯데건설이 분양계약이 해제된 가구에 대해 재분양 과정에서 할인분양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입주자들은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분양대금을 다 치루고 입주했는데 재분양을 받아 들어오는 입주자들에게만 할인분양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자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청라 롯데캐슬의 입주율은 50% 전후로 저조하다. 이에 롯데건설 측은 잔여물량을 털기 위해 잔금을 유예하고, 유예 이자를 지원해주는 등의 혜택을 추가했다.

A중개 관계자는 "단지 곳곳에 현수막이 걸려 있는 등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 아파트를 보러 오는 사람을 막는 등 강력하게 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이 별내신도시에 공급한 '별내 아이파크'도 최근 할인분양과 관련해 일부 입주민들이 결사 반대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주민 대표 회의를 통해 할인분양과 2차 신축공사로 인한 주민피해를 안건으로 현수막 제작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도 얼마 전까지 다수의 입주민들이 할인분양으로 속을 끓였다.

한라는 지난 2월부터 운양동 풍경마을 한강한라비발디 잔여가구에 대해 1억원가량의 할인분양을 실시했다. 그러나 입주를 시작한지 8개월도 채 되지 않아 땡처리 분양에 돌입해 입주자들의 항의가 속출했다. 몇몇 입주민들은 청와대 게시판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인근 공인 관계자는 "한강한라비발디 할인분양과 관련해 인터넷 상의 카페글이 삭제되는 등 기존 입주민들의 반발이 엄청났다"며 "건설사에 항의를 하는 것은 물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해 중개업자들의 고충도 컸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두 달여간 항의한 끝에 공용사용 부분 업그레이드, 가구당 소액의 지원금 지급 등을 조건으로 한라와의 합의점을 도출했다.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은 비슷한 일을 겪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가 계속 미입주 상태로 남아있으면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빨리 미입주 물량을 소진해야 아파트 값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기존 입주자들과의 조율을 통해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