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흥 부회장 전격 사임, 무슨일이 있었나?

2014-04-11 17:50

설영흥 부회장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 설영흥 현대차 중국사업총괄 담당 부회장(69세)이 전격 사임하자 업계는 물론 현대차 주변에서 마져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결정한 현대차 중국 4공장 입지와 관련한 판단 미스가 전격적인 결질 이유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설 부회장은 현대차그룹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오늘날 현대·기아차의 중국 성장을 이끈 장본인으로 꼽힌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설 부회장은 후진을 위해 용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설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내 독보적인 중국 전문가로 고령의 나이임에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측근에서 현지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큰 신뢰를 얻어왔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설 부회장의 사임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현대차의 중국 제 4공장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설 부회장의 결단이 화를 불렀다는 평가다. 설 부회장은 현대차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인물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은 다소 의외이기 때문이다.

설 부회장은 앞서 베이징현대차 제 4공장 설립에 깊숙이 관여하며 중국 충칭시와 4공장 건설 입지 선정과 관련한 전략합작기본협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이번 4공장 선정과 관련해 중국 내 합작기업인 베이징자동차와 불협화음을 냈다.(본지 4월 8일자 1면 보도 http://www.ajunews.com/view/20140407101546162)

당시 베이징자동차는 충칭보다는 베이징 인근에 공장을 설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여기에 베이징시 정부는 물론 중앙정부도 현대차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베이징은 현대차의 오늘날 중국에서의 성공을 이야기 할 때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중국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출발한 현대차는 지난 2002년 베이징자동차와 합자계약을 체결 할 당시에도 중국 진출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법인 설립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중국 중앙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를 이유로 현대차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시 현대차는 중국 공산당 인맥을 총동원했고 그 주도적인 역할을 설 부회장이 담당하며 합작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설 부회장은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짧은 기간에 연간 판매 100만대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고 현대차는 베이징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외자기업으로 우뚝 섰다. 이후 현대차는 중국 고위 간부와 '꽌시(關係)'를 중시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설 부회장이 담당했던 것.

하지만 이번에는 설 부회장이 중국 정부 고위층의 속내를 못 읽을건지 아니면 너무 잘 읽은건지 해석이 갈리고 있다. 즉 중국 중앙정부와 베이징시 정부의 의중이 제4공장 부지로 베이징 인근지역을 꼽고 있었으나 설 부회장이 이를 읽지 못하고 충칭시를 선정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다른 설은 후계체제 확립을 위한 사전 정리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설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일군 1세대 경영인이다. 현대차는 최근 몇년 사이 2세대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2세 경영체제로의 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설 부회장은 나이가 70세 가까운 고령으로, 오랫동안 중국사업을 총괄해 왔기 때문에 후진들을 위해 용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중국사업을 총괄하던 설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 중국사업총괄 담당으로 최성기 베이징현대차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최 신임 사장은 1950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베이징현대차 사업기획팀장(상무),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전무), 베이징현대차 총경리(부사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