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바람에 ‘통합 삼성물산’ 탄생할까?

2014-04-01 18:11
합병 성사되면 매출 23조...국내 1위 세계 4위 등극

아주경제 권이상 기자 = 삼성그룹 건설 계열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간 합병 가능성이 또한번 건설업계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인수하면서 3세 승계구도를 짜기 위한 계열사간 합종연횡 작업에 가속이 붙고 있어서다. 특히 이번 합병으로 통합 삼성SDI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두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돼 이 같은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지분 7.18%를 보유한 삼성SDI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0%를 가진 제일모직 인수를 계획대로 마무리할 경우 두 회사의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이에 따라 통합 삼성SDI가 제일모직이 갖고 있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삼성물산에 넘길 경우 물산과 엔지니어링간의 합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7.81%를 매입, 현재 2대주주로 제일모직 지분을 추가 매입할 경우 20.91%를 보유하는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에선 물산과 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삼성그룹이 3세 경영승계 구도를 짜는 과정에서 지분 조정을 통해 유사업종을 묶는 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계열사간 일련의 합병절차가 결국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계열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호텔과 건설ㆍ레저, 패션ㆍ광고를 맡는 사업분할을 염두해 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SDI의 제일모직 합병으로 제일모직은 전자계열로 들어가게 됐고, 이어 제일모직이 가진 엔지니어링 지분을 삼성물산에 넘겨 건설계열간의 합종연횡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란 시나리오가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현재 삼성그룹에서는 물산과 엔지니어링외에도 삼성중공업과 에버랜드가 건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물산과 엔지니어링이 합병할 경우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도 합병설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각각 건축과 토목, 화공플랜트 쪽에 강점을 갖고 있어 사업영역에서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인수하는 식으로 현대차 계열 건설사간의 합병이 성사된 점도 같은 조건을 가진 물산과 엔지니어링의 합병설에 탄력을 줬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주택시장 강자인 삼성물산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주택시장을 벗어나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춘 글로벌 종합건설시공사(EPC)로써 거듭나기 위해서는 플랜트 분야 강자인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이 꼭 필요한 수순”이라고 전했다.

삼성물산과 엔지니어링의 합병법인이 탄생할 경우 단숨에 매출액 기준 국내 1위 건설사로 도약하게 된다. 실제 두 회사의 201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의 2013년 매출은 각각 13조4413억원이다. 합병할 경우 매출 23조2476억원으로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최대 건설사인 현대건설(13조9000억원)보다 10조원 가까이 커지게 된다.

세계 무대에서도 탑5 안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NH농협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2013년 미국의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인 ENR을 인용, 합병 법인은 매출 기준으로 오스트리아 스트라백(2013년 매출 200억달러)을 제치고 미국의 벡텔(250억달러) 다음인 4위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NH농협증권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하면 삼성전자 가치에 가려져 있었던 삼성물산의 본연 가치가 다시 빠르게 나타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