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제일모직 합병… '마하경영' 삼성, 구조재편 가속(종합)
2014-03-31 12:41
아주경제 이재영ㆍ이혜림 기자 =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해 자산 15조 원대의 거대 기업으로 거듭난다.
양사는 31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하고 '글로벌 초일류 소재·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각각 1대0.4425482의 비율로 합병하며 삼성SDI가 신주를 발행해 제일모직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 방식이다. 양사는 오는 5월 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로써 60년 전 직물사업으로 출발한 제일모직은 소멸된다. 대신 이번 합병으로 삼성SDI는 시가총액 10조 원, 자산규모 15조 원, 매출 9조 5000억 원을 지닌 거대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은 부품 전문기업(삼성SDI)과 소재 전문기업(제일모직) 간의 역량이 합해져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양사는 자동차 소재 및 디스플레이 사업과 연관성이 높다. 특히 삼성SDI가 주력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제일모직이 그 핵심 소재인 분리막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제일모직 관계자는 “그동안 분리막 연구개발을 해왔는데 조만간 그 성과가 구체화될 듯하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은 배터리 소재 외에도 자동차 경량화 소재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분야까지 담당하고 있어, 갈수록 시장 규모가 커지는 친환경 자동차 부품‧소재 분야에서 삼성SDI가 주도권을 쥘 확률이 높아진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3세 경영을 겨냥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사이의 역할이나 지분 조정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합병함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관할 사업권이 더욱 커지게 됐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와 금융을, 이부진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이서현 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을 경영하는 3세 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이번 합병으로 인해 주목되는 변동사항은 국민연금공단의 이동이다.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로 11%대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나, 합병 이후에는 삼성SDI의 최대주주 삼성전자에 밀려 2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다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던 만큼 이번 합병안에 지분 정지작업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졌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제일모직과 함께 삼성물산 등의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오는 5월 30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정된 후에 재무적 판단을 거쳐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