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괴물 박은태 절규는 100만불짜리

2014-03-30 20:11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역을 맡은 박은태.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앙리 뒤프레. 원작에 없던 이 인물은 새로울 것 없는 내용에 힘을 보탠다.

 지난 18일 개막해 순항중인 뮤지컬 '프랑케슈타인'이다.  

 주인공인 프랑켄슈타인보다 앙리, 즉 '괴물'이 더 매혹적이다. 앙리역의 박은태는 시종일관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나즈막히 읊조리듯 말하는 그의 목소리와 절규하듯 터지는 노래는 무대를 사로잡는다.

 동명의 소설 ‘프랑켄슈타인’(1818)을 원작으로 창조주에 대한 증오와 복수는 원작과 뼈대를 같이한다. 죽은 자의 뼈로 탄생한 원작의 괴물과 달리 뮤지컬에서 괴물은 '의사'이자 프랑켄슈타인의 친구다.

  군대에서 '인간의 사체를 재활용'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따라온 '신체 접합술의 귀재' 의사 앙리는 결국 '생명 재생'의 희생양이 된다.  우정과 죄의식속에 빅터가 앙리를 되살려내면서 서로의 비극은 시작된다.
 
 빅터는 앙리가 다시 살아난 기쁨도 잠시, 그의 곁을 평생 지킨 하인 룽게를 물어죽이면서 앙리(괴물)와 원수가 된다. 

 권총을 겨눈 창조주. 왜 나를 만들었나. 괴물은 외롭다. 폭력과 욕망에 찌든 세상에서 괴물은 점점 흉폭한 괴물이 되어간다. 살기위해서다. 

괴물의 집착이 시작된다. 원작에서 자신과 함께 살 여자를 만들어 달라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까지 죽이는 괴물과 달리, 뮤지컬에서는 괴물의 복수의 꺼리가 석연찮다.  

  빅터의 결혼식날 밤 신부의 아버지가 죽고, 급기야 신부까지 죽이는 뮤지컬의 괴물은 동성애 코드를 살짝 흘린다. "왜 줄리아는 되고 나는 안돼"  망연자실한 빅터에게 "나에게 복수를 하려면 북극으로 찾아와"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괴물.

 괴물과 빅터의 갈등이 뭉퉁그려진채 진행돼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건 배우의 열연때문이다.

 가슴속 깊이에서 끌어나온 포효하는 앙리역의 괴물 박은태의 절규는 100만불짜리다.  인간이 되고픈 괴물의 고뇌와 아픔을 그렇게 노래할수 있을까.  그의 헝클어진 모습도  판타지 로맨스만화 캐릭터처럼 환상적이다. 동정심과 연민을 객석에 소용돌이치게 한다. 

 반면,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앙리에게 눌려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저주에 걸린 남자, 프랑켄슈타인은 나약하고 이기적이다. 어린시절을 연기하는 어린 빅터 최민영은 유약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목소리로 담아내 마음을 끈다.  트라우마를 안고 있어서일까. 성인역의 빅터 유준상은 강단과 능청의 양면의 감정선을 오가며 극을 이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자크를 맡은 1인 2역의 배우 유준상.

 쫓고 쫓기는 두 남자의 복수가 자못 심각하지만 반전도 있다.  2부의 '욕망의 격투장'신은 개그콘서트장같은 재미와 섹시미까지 선사한다.  격투장 주인 자크로 변신한 1인 2역의 유준상의 활약이 빛난다. 깨방정을 떨며 객석과 오케스트라를 들었다 놨다하는 연륜의 패기를 보이는 그 때문에 객석은 팝콘 터지듯 웃음이 터진다.  

 '투자한 만큼 보인다'  충무아트홀이 세계시장을 겨냥해 40억원을 투입 제작했다는 야심작답게 일단 촌스럽지는 않다. 1억원을 들였다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실제로 움직이는 실험실 무대는 인상적이다. 특히 SF영화 한 장면처럼 연출된 실험실 인간들인, 조연들의 완벽한 식스펙과 화려한 몸놀림도 매력 돋는다.  
 
 관객들은 "배우들이 정말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천재 연출가로 꼽히는 왕용범 연출이 새롭게 창출한 '괴물' 앙리는 우리 뮤지컬시장에 박은태 한지상이라는 새롭고 멋진 '괴물 배우'를 탄생시켰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화려한 캐스팅과 무대연출로 한국형 뮤지컬을 표방한 '프랑켄슈타인'은 네버엔딩 스토리 그물'에 갇힌 형국이다. 신의 영역에 도발한 인간의 욕심. 고뇌하는 괴물.  '익숙함의 함정'에 빠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과연 브로드웨이로 진출할수 있을까.  공연은 5월11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