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관리업 양성화 정책? 되레 음성화 가속화

2014-03-23 08:17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정부가 부동산산업 선진화 차원에서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체 육성에 나섰지만 되레 주택 임대시장 음성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에 음성적으로 임대관리를 맡아온 공인중개사들과, 임대관리업체에 맡기는 것 보다 이들에게 계속 맡기는 것이 조세 회피는 물론 수익률 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보는 임대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택 임대관리시장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섣불리 임대관리 양성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 출범 한달이 넘었지만 되레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공인중개사와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체 간의 업무영역 충돌이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본격 도입된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체는 임대인의 주택을 자기관리형 또는 위탁관리형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임차인 선정 등 중개서비스는 금지하고 있다. 도입 전부터 거세게 반발한 공인중개업계의 입장을 감안해 임대 매물거래는 반드시 공인중개사를 통하도록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택법상 주택임대관리업은 부동산 중개업무를 하지 못하는데 비해 공인중개사의 경우 업무영역에 별다른 제한이 없어 기존에 해온 주택 임대관리를 지속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법인의 경우 중개업무 외에 상업용 건축물 및 주택의 임대관리 등 부동산의 관리대행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개인 공인중개사에 대해서는 업무 제한 규정이 없다.

실제로 전국 각지의 원룸 밀집 지역에서는 대규모 다가구·도시형생활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개정 법안은 자기관리형의 경우 100호 이상, 위탁관리형의 경우 300호 이상 주택임대관리를 할 경우 주택임대관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도입 한달간 임대관리업체로 등록한 기업은 전국 19곳에 불과하며, 이 중 기존 공인중개사가 등록한 경우는 전무하다.

주택임대관리업체의 경우 수익 발생에 따라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며, 이에 따라 자연스레 임대인의 임대소득도 노출되게 된다. 그러나 임대관리업체로 동록하지 않은 공인중개사가 관리하는 경우 소득신고도 하지 않고, 임대인 역시 제대로 임대소득을 신고하는 경우가 드물다.

박승국 라이프테크 대표는 "주택임대관리업체는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영업해야 하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고 영업하는 공인중개사에 비해 마진율이 낮다"며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따라 집주인들이 소득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주택임대관리업체에 임대관리를 맡기길 꺼리고 있어 갈수록 공인중개사들의 음성적인 영역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 역시 주택임대관리업체 육성에 큰 걸림돌이다. 공인중개사는 직접 중개를 맡기 때문에 임대관리비와 중개수수료에 대해 포괄적으로 임대인과 조절할 수 있다. 반면 주택임대관리업체는 임대관리비만 받을 수 있을 뿐 임대 거래시에는 반드시 공인중개사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임대인은 별도로 중개수수료를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주택임대관리업을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대상에 추가해 법인세를 감면해주기로 했지만 실제로 혜택을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조세특례제한법 7조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의 경우 상시인원 10명 미만인 소기업에게만 법인세 20%를 감면해주고 있다. 그러나 임대관리업체가 최소 300가구 이상을 관리하려면 관리업무 뿐만 아니라 세무·노무·회계 등의 분야에도 전문인력이 필요해 10명 미만으로 운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실제로 임대관리업체로 등록한 업체 중 라이프테크의 직원 수는 20여명, 우리레오PMC 역시 15명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임대관리를 하려면 10명 미만으로 운영할 수 없고, 등록업체 중 10명 미만으로 등록한 곳은 아직 수익이 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음성적으로 임대관리를 하는 공인중개사의 경우 법인세는 물론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식으로 등록한 업체만 되레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양대성 우리관리 기획팀장은 "일본의 경우 개발·건설·관리·중개까지 종합부동산회사가 할 수 있어 경쟁력이 크다"며 "국내에선 중개를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각종 규제가 많아 사실상 시설관리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