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경매 소녀'에서 경매 전문가로, 강은 지지옥션 팀장

2014-03-18 08:00

지지옥션 강은 경매자문센터 팀장.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경매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각종 채무관계 해결을 통해 문제있는 부동산을 정상화해 제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열살 때부터 경매정보지를 접어 발송용 봉투에 집어넣길 반복했던 소녀. 학교에서 전국의 지리를 배우기도 전에 먼저 전국에 소재한 법원을 접했다. 그 소녀는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경매 전문가로 불린다. 지지옥션의 강은 경매자문센터 팀장이다.

지난 1983년 일간 한국입찰경매정보로 창간한 지지옥션은 32년간 우리나라의 경매 대중화와 역사를 같이 했다. 강 팀장 역시 창업주인 강명주 회장을 따라 그 길을 같이 걸은 셈이다.

강 팀장이 경매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지옥션에서 근무한 강 팀장은 우리나라의 경매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선진화돼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50개 주의 경매 정보가 하나로 취합되는 곳이 없고, 일본은 4개 섬의 경매 정보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며 "외국에서 오히려 우리나라 경매제도를 벤치마킹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국내의 경매 제도가 체계적으로 정리됐던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전에는 법원에서 매각 14일 전에 나오는 공고를 일일이 확인해서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강 팀장은 "법원 게시판에 두꺼운 분량의 매각공고를 게시했는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철망이 게시판에 씌워져 있어서 그 틈을 비집고 손을 넣어 매각공고를 한장씩 넘겨가며 정보를 받아적어야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경매를 접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법원과 등기소를 오가며 정보를 수집해야 했기에 경매는 일부 고수들만의 시장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급되고 법원경매정보 역시 인터넷으로 열람이 가능해지면서 점차 대중화됐다.

강 팀장은 "과거에는 소수가 정보를 독점해 아는 사람들만 경매를 접하면서 매우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는 경매가 대중화되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도 올라 채무자와 채권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 물건은 빚을 감당하지 못해 나왔기 때문에 채무자와 채권자가 존재한다. 채무자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거주하던 집이나 운영하던 상가를 경매 처분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히려 고의적인 대출 후 채무불이행을 통해 이득을 보는 채무자도 종종 있다는 것이 강 팀장의 설명이다.

강 팀장의 경매 인생에서 가장 돋보이는 결실은 현재 지지옥션이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산 청파동 건물이다. 지난 2005년 경매 매물로 나왔을 때 강 팀장이 입찰을 적극 추진했다. 당시는 용산역세권개발 바람이 불기도 전이어서 지금 시세와는 비교도 안되는 가격으로 낙찰받을 수 있었다.

낙찰 당시만 해도 지지옥션 사옥의 1층은 필로티로 구성돼 주차장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사옥이 대로변에 접해 있고 횡단보도 바로 앞이라는 점, 숙명여대가 근처에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 등에 착안해 인근에 주차장 용지를 따로 확보하고 1~2층을 상가로 용도변경했다.

강 팀장은 "사옥을 처음 낙찰받았던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가치는 최소 3배 이상 나간다"며 "평균 시세가 오른 측면도 있지만 작은 아이디어로 인해 용도변경 절차를 거쳐 건물이 제 가치를 되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지옥션 사옥의 사례처럼 경매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것이 강 팀장의 경매철학이다. 이 철학은 지지옥션이 만든 자산운용사의 펀드에 그대로 반영돼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지지자산운용은 현재 부동산펀드 10개를 운용하고 있다. 이 중 '지지 사모 경매 부동산 투자신탁 제1호' 상품은 총자산 61억원으로 시작해 현재 연평균 52%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펀드는 노원구 상계동 상계역세권 1~2층 상가(감정가 99억원)를 43억5000여만원에 낙찰받았다. 기존에 있던 예식장을 명도로 내보내고 권리관계를 정상화한 후 1층을 대형마트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만 약 38억원이었다. 사실상 2층 상가를 6억여원에 구입한 셈이다. 현재 2층은 병원이 입주해 매월 임대료를 받고 있다.

강 팀장은 "임대수익으로 6개월마다 배당을 하고 3년만기로 청산되는 펀드인데 수익률이 워낙 높아 투자자들이 펀드 기간 연장을 요구할 정도"라며 "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매각청산하거나 연장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팀장에 따르면 현재 경매시장은 과거 부동산 대세상승기보다 더욱 열기가 뜨겁다. 경매 대중화와 함께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경매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강 팀장은 "자산가 사이에서는 대중화로 낙찰가율이 올라가면서 아파트 등 주택 경매에 대한 관심은 많이 낮아졌다"며 "최근 투자자들의 경향은 아파트형 공장이나 빌딩에 많이 몰리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