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못 울겠다던 조성하, '왕가네 식구들'이 울렸다
2014-02-26 08:00
KBS2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연출 진형욱)은 지난 16일 마지막 방송에서 47.3%(닐슨코리아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9일 방송에서는 48.3%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니 '국민 드라마' 호칭이 아깝지 않다.
이처럼 높은 인기의 중심에는 조성하가 있었다. 첫째 사위 고민중 역을 맡아 시청자를 웃기고 울렸던 남자. 성공한 사업가에서 택배 기사로 전락한 가장, 그리고 가정을 버릴 수밖에 없는 비운을 타고난 남자. 조성하는 극과 극을 오가는 상황에서 복잡한 감정을 멋지게 소화하면서 막장 논란이 휩싸인 '왕가네 식구들'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의 감정 소모는 엄청났을게다. 겪어본 적 없는 처월드는 기본이고, 장모의 따가운 눈총은 덤이었던 '왕가네'에서 시대가 버린 가장을 연기해야 했고, 자식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전달해야 했으며,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아련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혹독한 '왕가네'에서 울고 웃기를 반복해야 했던 조성하. 연기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깊었을 터인데, 게다가 브라운관에서 눈물을 흘려본 것이 데뷔 25년 만에 처음이란다. 눈물을 훔치는 정도가 아니라 폭풍 오열을 쏟아내야 했으니 '왕가네 식구들' 속 조성하의 부담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을 테다.
그럼에도 그는 갭이 큰 감정을 완벽히 소화했다. 생애 처음으로 도전하는 눈물 연기도 한 치의 실패가 없었다.
조성하는 이렇게 말했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우는 거라잖아요. 그렇게 교육받고 자라왔는데, 하물며 카메라 앞에서 울어야 한대요. 당연히 힘들죠"라고.
그렇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이 시대가 낳은 국민 배우 조성하도 눈물 연기는 도전이자 부담이었다.
"처음에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울어야 하는 캐릭터라는 걸 알고서는 거절부터 했어요. 문 작가님께 정중히 말씀드렸죠. 저는 못하겠다고요."
"그냥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정도라고 해도 한다고 했을거예요. 그런데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폭풍 눈물이잖아요. 정말 자신이 없었어요. 한 번도 우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거든요. 게다가 감정의 변화가 큰 인물인데... 아... 자신이 없었죠."
그런데 조성하는 '왕가네 식구들'에서 완벽하게 오열 연기를 펼쳤다. 마치 깔아 준 멍석에서 마음 놓고 놀기라도 하는 듯이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또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면서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조성하는 문영남 작가의 필력을 그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울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대본과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지원군 문영남 작가. 그리고 문영남 작가를 필두로 하는 화기애애한 팀워크가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문 작가님이 저를 끝까지 믿어주셨어요. 그냥 눈물이 핑 도는 정도만 연기를 해줘도 충분히 몰입도가 있는 눈을 가졌다는 말씀에 출연을 결정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문 작가님의 대본을 보면 안 울 수가 없어요."
"또 하나 중요한 건, 배우들이었죠. 김해숙 선배님과 연기하면 그냥 몰입이 되요. 그렇게 구박 받는데 안 울 수가 없잖아요. 하하.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이 저를 울려준 거예요."
마흔여섯. 이 시대를 대표하는 꽃중년 조성하는 그렇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왕가네 식구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맛보지 못했을 짜릿한 쾌감도 맛보았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조성하는 이제, 두 번째 전성기를 향해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