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적합업종 앞두고 점포 뺏기 전쟁 ‘치열’

2014-02-11 16:22

아주경제 전운 기자= # 서울 강북에서 C사의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던 최모씨는 최근 A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3년간 C사 가맹점을 운영하던 그에게 A사 영업팀 관계자들이 가맹비 제외, 판촉물 및 식재료·임대료 지원 등 달콤한 유혹을 건넸기 때문이다. 불황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최씨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A사의 제안을 단번에 수락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커피·햄버거 전문점들이 경쟁사 점포 빼앗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쟁사 가맹점주에게 웃돈을 비롯한 특혜까지 제공하며 자사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 달게 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올해 커피·햄버거 전문점을 중소기업적합업종(이하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점포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3200여개 매장을 운영하던 파리바게뜨는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되면서 지난해 신규점 오픈이 31개에 그쳤다. 연간 점포 확장률이 3% 이하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수년간 20~30%에 육박하던 점포 증가율이 1% 미만으로 하락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커피·햄버거 전문점들도 중기적합업종 지정 이전에 경쟁사 점포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과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에서는 타사 브랜드를 빼앗는 일명 '간판갈이'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간판갈이가 주로 이뤄지는 곳은 상권이 형성돼 매출이 좋은 '알짜 점포'들이다.

5년간 T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다 최근 간판을 바꾼 백모씨도 "임대료의 일부를 지원한다고 하니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인테리어 비용까지 지불해준다고 하는 데 요즘 같은 불황에 이를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현재 국내 커피전문점은 1만5000개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디야 커피가 1000여개, 카페베네와 엔제리너스 커피가 900여개, 스타벅스가 500여개를 운영 중이다. 할리스커피, 탐앤탐스, 띠아모, 투썸플레이스 등도 각각 200~5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햄버거전문점들도 점포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100개 이상의 직영점을 운영 중인 버거킹은 지난해 11월 첫 가맹점을 오픈하고 500여개로 매장을 확장키로 했다. 롯데리아(1100개)와 격차가 커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기 전에 점포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중기 적합업종이 사업 확장을 하려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기 때문에 매장 확대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간판갈이 등 경쟁사 점포를 뺏어오는 치열한 전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