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나영희, 딱 맞는 옷 입었다

2014-01-03 09:20

'별에서 온 그대' 나영희[사진=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푼수라고 해야 할까 새침데기라고 해야 할까. 같은 듯 다른 느낌을 소화하고 있는 나영희. 34년 동안 갈고 닦아온 그의 연기 내공은 대단했다.

나영희는 방송 중인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연출 장태유·이하 '별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의 엄마이자 각종 지방 미인대회 출신에 젊은 시절 배우를 꿈꿨던 새침데기 양미연 역을 맡았다. 살짝 치켜 올라간 눈매와 어깨에 살짝 걸친 모피 코트는 '치맛바람' 엄마들을 연상케 한다.

캐릭터를 조금 파헤쳐 보자면, 과거 딸 천송이가 대기업 광고모델이 되면서 아역배우로 급성장할 때 매니저를 자처하며 모든 계약을 좌지우지했던 팔불출 엄마이자,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천송이를 발판 삼아 자신의 삶도 주연이 되어버린 새침데기다.

또래 엄마들에게 "요샌 개나 소나 다 국민배우, 국민가수 뭐 이러는데. 국민 이거 함부로 붙이면 안 되는 거거든. 전국민이 다 알아야 국민배우지"라며 허세를 떨기도 하고, "우리 세미(유인나)도 이번에 송이랑 작품 같이 들어가잖아. 우리 딸 친구 역할이던가 그래"라며 얄미운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나영희의 활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천송이가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파헤쳐 가는 과정에서 종종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복장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 맹장염에 걸려 입원한 딸을 찾는다는 게 고작 TV 출연을 위한 쇼였고, 소속사 재계약 여부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보이는 등 그의 푼수 짓은 계속됐다.

신스틸러로 활약하고 있는 데는 탄탄한 연기 내공이 바탕이 되고 있다. 나영희는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국민 배우 혹은 신스틸러로 불리고 있다. 자신만의 입지를 확고히 하면서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데뷔 이후 출연한 드라마만 37편, 영화는 36편이라는 어마무시한 필모그라피를 자랑한다. 작품의 장르라든지 캐릭터의 변화에 얽매이지 않고 도전에 도전을 거듭한 결과 어떠한 역할도 자신만의 옷으로 소화해내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한때는 유명 에로 배우로도 살았던 그녀의 또 다른 변화가 반갑다.

박지은 작가와의 연이은 호흡도 눈길을 끈다. MBC '내조의 여왕'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이어 3번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로써 나영희는 박지은 작가의 숨은 대들보이자 페르소나가 됐다.

전지현과 김수현, 박해진과 유해진, 신성록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별그대'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 나영희. 딱 맞는 옷을 입은 나영희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