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노하우 갖춘 실버인력, 한화건설 이라크 현장에서 '제2의 인생'
2013-12-22 14:50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일흔을 앞둔 노인에게 어느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합격입니다."
모래바람이 부는 한화건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최고령 직원 이문범 반장(69)의 이야기다.
한화건설 대표이사인 김현중 부회장 보다도 나이가 많은 이 반장은 "지원할 때는 '이 나이에 어디서 받아줄까'라고 생각했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1981년 현대건설에서 이라크 고속도로 공사로 첫 해외현장 근무를 시작했다. 그 후 중동의 쿠웨이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프리카의 리비아 등 해외경험만 30년에 이르는 백전노장이 됐다. 2009년 앙골라 현지회사에서 퇴직할 때 이미 65세였다. 그러나 올해 이라크 채용광고를 보는 순간 다시 열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반장은 "현장에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현장을 떠나면 스스로 도태되고 우울해진다"며 "이라크에서 동료직원들과 고희연을 치르는 최초의 한국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600여명의 한국인이 일하고 있는 이라크 현장에는 이 반장 외에도 퇴직 후 다시 일자리를 찾은 실버세대 직원들이 5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수많은 해외경험으로 다져진 전문지식과 도전정신, 열정으로 나이를 무색케 하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현장 투입인력 중 10%를 노하우를 보유한 경쟁력있는 50대 이상 중동건설 유경험자로 선발해 실버인력의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버근로자 옆에는 열정과 패기가 느껴지는 20대 초반의 신입사원이 항상 함께한다. 실버근로자들이 2~3명의 신입사원을 맡아 집중 육성하고 이들은 현지 근로자 수십여명을 관리하며 현장업무를 지시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신입사원들은 실버근로자의 기술과 해외현장 노하우를 배우고, 현지 근로자들을 지휘하는 통솔력을 키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