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대규모 지분변동… '중간지주 도입설'

2013-12-15 19:11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삼성생명이 계열사로부터 삼성카드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삼성전기(3.81%), 삼성물산(2.54%), 삼성중공업(0.03%)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739만6968주)를 취득,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보유 지분을 모두 흡수했다.

이번 지분 확보를 위해 삼성생명은 총 2641억원(주당 3만5700원)을 투입했다. 이로써 삼성카드의 주요 주주는 삼성전자(37.45%)와 삼성생명(34.41%) 두 곳이다.

업계는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율이 30%를 넘어섰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상장회사 지분율이 30%를 초과하면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즉, 삼성그룹이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두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 금융지주를 만드는 지배구조 변화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중간 금융지주회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일 때 중간 지주회사 설치를 강제한 제도다.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는 데 목적이 있다.

중간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법 개정이 늦어져 아직 도입되지 못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중간 금융지주를 활용하면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 등 금융회사 지분을 처분하지 않아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고, 자사주를 매입해 중간 금융지주 진용을 갖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삼성생명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1.5%씩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