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변태' 유희열, 通(통)했다

2013-10-19 18:50

MBC '무한도전'에서 '하우두유둘' 이라는 야릇한 팀명으로 활약하고 있는 유희열·유재석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지난달 7일 유희열은 바빴다. 0시 20분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패셔니스타 지드래곤에게 “땀복에 김제 삼일장에서 파는 셔츠를 입고 나왔느냐”며 돌직구를 난리더니 저녁 6시 30분에는 MBC ‘무한도전’에 나와 유재석과 나이트에서 끈적한 블루스를 췄다. 밤 11시 30분 tvN으로 넘어간 유희열은 ‘SNL 코리아’ 특유의 ‘감성 변태’로서의 면모를 발휘하며 수지에게 영상 편지를 보냈다.

‘네가 웃으면 나도 좋다(토이 <좋은 사람> 中)’던 유희열이 지상파와 케이블을 오가며 시청자들의 ‘웃음 사냥’에 나섰다. 지난 1994년 토이 1집으로 데뷔한 유희열은 특유의 감수성을 기반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특히 2007년 발매된 토이 6집의 경우 아이돌 그룹의 음반이 아님에도 팬들을 음반매장 앞에 줄 세우는 기현상을 낳았다.

2008년부터 심야라디오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을 통해 재치 있는 입담을 연마한 유희열이 TV 시청자들 앞에 선 것은 2009년 4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서다. 1회에 “제가 누군지 모르시죠?”라는 말로 시작을 알린 그는 쏟아지는 오디션과 경연 프로그램의 풍파 속에서 지상파 유일의 라이브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200회가 넘도록 지켜 냈다. 재치 있는 말솜씨로 풀어 내는 해박한 음악 지식, 가늘게 실눈을 뜬 채 던지는 수위 높은 농담은 그에게 ‘감성 변태’라는 별명을 안겼다.

유희열만의 감성은 지난 9월 MBC ‘무한도전-가요제’에 참여하면서 더욱 널리 알려졌다. 유재석과 ‘하우두유둘’이라는, 묘하게 음란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름으로 그룹을 이뤘다. 댄스만 고집하는 유재석에게 “다른 곡에 도전해 봐야 하지 않겠냐”며 R&B를 강요했던 유희열은 결국 치열한 공방전을 ‘100분 토론’이라는 새로운 코너로 탄생시켜 시청자들의 볼거리를 확장했다.

tvN 'SNL 코리아'에서 '감성변태' 캐릭터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더하고 있는 유희열
tvN ‘방송의 적’과 ‘SNL 코리아’에서 호피무늬 하이힐의 냄새를 맡으며 희열을 느끼고, 채찍을 휘두르면서 변태적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소비하나 했더니 내달부터는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3’를 통해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이며 중도를 지킬 예정이다. 보아를 대신해 유희열을 심사위원석에 앉힌 박성훈 PD는 “기존 심사위원들과는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뮤지션이다. 배율이 다른 현미경 쯤으로 보면 될 듯하다”고 기대했다.

같이 심사하게 된 양현석의 YG엔터테인먼트, 박진영의 JYP엔터테인먼트에 비해 소규모인 안테나뮤직 소속 유희열은 “중소기업 대표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메이저 빵집이 있다면 작은 동네빵집도 있다는 식으로 봐 달라”며 다른 관점을 제시할 것을 약속했다.

자칫 1990년대 누렸던 영광에 갇힐 뻔 했던 아티스트 유희열이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통한 것이 반갑다. 감성변태에 머무르지 않고 고유의 뮤지션 위치를 지키면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변태(變態)를 ‘K팝스타 시즌3’을 통해 보여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