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꼬인 정국 어떻게 풀까?

2013-08-21 17:37

아주경제 주진 기자=청와대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꼬인 정국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해법에 고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양자회담’ 또는 여당 대표까지 참석하는 ‘3자 회담’ 제안에 응할지가 관건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달 초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등으로 파행 중인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단독 회담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여야 대표와 함께 만나는 3자 회담을 각각 제안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원내현안도 논의하자며 여야 원내대표까지 참여하는 5자 회담을 ‘역제안’하면서 회담논의는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박 대통령은 최근 바쁜 민생 행보를 보이면서도 야권이 장외투쟁까지 벌이며 제기하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 정치 현안에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8ㆍ15 경축사에서도 야권에 보내는 메시지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정치권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한 만큼 야권을 설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전ㆍ월세난 문제만 해도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여야간의 시각 차가 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 철폐, 세제개편안, 일자리 창출 관련 주요 입법도 9월 국회에서 다뤄야 한다. 결국 야권을 설득하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민생 살리기 구상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최근 수석비서관 회의 등에서 정치권을 향해 정부가 제출한 4ㆍ1 부동산대책 핵심법안이나 국회에 계류 중인 외국인 투자 촉진법 등에 대해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박 대통령이 아직까지는 5자회담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9월 정기국회 직전인 다음 주 초중반에는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의 기류가 바뀌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이날 3차 청문회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되고, 야당으로서도 국정조사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핵심 증인을 출석시키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데다, 장외투쟁을 이어가기에는 동력이 부족하다는 현실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굳이 자신이 포함되는 ‘5자 회담’을 해야 할 필요가 없으며, 이런 뜻을 이미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공개’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야당과의 양자회담, 여야 3자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가 관건이다. 민주당이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ㆍ남재준 국정원장 해임ㆍ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실시’ 등을 회담 의제로 고집한다면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를 ‘정치 공세’로 보고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위 ‘국정원 개혁특위’를 국회에 두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