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명철 기자=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전셋값으로 고통받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목돈 안드는 전세' 상품이 이달 말 출시된다. 기존 대출보다 낮은 금리에 전세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오른 전셋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월세 형태로 지불하는 '반전세'와 크게 다르지 않아 사실상 전셋값 상승세는 그대로 방치한 채 세입자들을 반전세로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우리·국민·하나·신한·농협·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을 통해 오는 23~27일 목돈 안드는 전세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이 제도는 4·1 부동산 대책에 담겼던 렌트푸어 지원방안의 후속조치로, 신용대출 또는 전세자금 보증 대출보다 대출금리는 낮추고 대출한도는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세입자가 금융기관에 잔세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양도하고 우선 변제권을 부여하는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 방식과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로 전세금 인상액 조달 시 세입자가 대출이자를 납부하는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 방식은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높이는 대신 금리를 낮추도록 했다. 대출 한도는 최대 3억원으로 상환능력에 따라 보증 한도를 달리했다. 금리는 연평균 3% 후반~4% 초반 수준으로 기존 신용대출금리(6~7%), 전세자금 보증 대출금리(4% 중반)보다 저렴하게 책정될 전망이다.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은 전세 재계약 시에만 최대 5000만원(지방 3000만원)까지 적용된다. 집주인은 대출을 받는 대신 전세대출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담보대출 이자 납입액에 대해 소득공제(40%), 대출 규모에 비례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면 등 세제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세입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인 연평균 3% 후반~4% 초반 수준에 대한 이자만 내면 된다.

그러나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경우 전셋값을 올리는 것에 대한 제한은 없고, 오른 전세 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매달 내는 것이어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반전세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측은 반전세보다는 매달 내는 금액이 적다고 해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주인들이 번거롭게 대출을 받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제도에 참여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입자나 집주인에게 대출을 권장하는 이 같은 대책보다는 전세난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전세시장은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만 증가하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저리대출을 통한 수요자 지원 대책만 펼치고 있다"며 "전세수요의 매매 전환을 위한 유도와 임대시장에서 비중이 커진 월세시장에 대한 연착륙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