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논쟁 100일> 화장품도 갑을 문제 몸살

2013-08-12 18:30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불평등 계약서, 판매목표 강제, 밀어내기로 인한 잦은 세일. 얼마나 많은 을들이 피눈물로 절규해야 지금의 대기업들의 횡포가 근절될 수 있을까요. 불공정 행위가 근본적으로 개혁되고 을을 살리기 위한 각종 법안과 정책이 하루 빨리 현실화돼야 합니다."

갑의 횡포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화장품업계에도 '갑을논쟁'이 점화됐다.

불공정 거래행위의 당사자로 지목된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 때까지 '함구령'으로 일관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발표가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참여연대와 민주당 을지위원회는 '을의 눈물, 화장품 피해사례 발표회'를 통해 아모레퍼시픽·토니모리·네이처리퍼블릭·더페이스샵 등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의 가맹점에 가한 불공정 사례를 발표했다.

이들이 지적한 화장품 업계의 주요 불공정 행위는 △본사의 밀어내기 △판촉물 강제 판매 △부당 계약 해지 △계약 갱신 거절 △영업지역 미보호 △판매목표 강제 할당 등이다. 모두 가맹사업법 및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행위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영업 확장을 위해 대리점주나 특약점주가 영업사원을 모집하게 하고 교육·훈련 비용을 점주 부담으로 넘겼다. 또 목표 영업실적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독촉하는 행위, 무상으로 지급해야 할 판촉물에 대한 강제 판매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모리는 매출이 좋은 지역에서 직영점 또는 새로운 가맹점을 설치하기 위해 부당하게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주가 소송을 통해 가맹점 지위를 회복했음에도 제품 공급 등 영업 지원을 거절했다. 또 회사측은 자신을 신고한 가맹점주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자신의 행위를 고발한 가맹점주를 고발하기도 했다.

더페이스샵은 가맹점별로 월매출액을 설정하고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평가점수가 저조하면 계약을 해지하는 방법으로 판매목표 달성을 강제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가맹점들에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이나 신제품들을 과도하게 할당한 뒤 반품을 받아주지 않아 가맹점주들이 이를 전액 결제토록 해 구입 강제행위를 했다는 지적이다.

해당 업체들은 동반성장과 상생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토니모리측은 "불공정 행위로 지목된 사항은 불법 포인트 적립 등으로 부당이득을 취득한 특정 매장에 국한된 얘기"라고 반박했다. 네이처리퍼블릭측 역시 "지난 2009년 출범 때부터 업계 최고 수준의 마진율 책정, 매장 연출물 및 소품 지원 등 친가맹점 정책을 통해 가맹점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관계자는 "매년 10%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화장품산업은 무차별적 출점을 통해 급속 성장한 편의점과 비슷하다"며 "업계에 근접 출점, 보복 출점, 가맹점 직영 전환, 밀어내기 등 갖가지 불공정 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우려해 공정위가 지난해부터 화장품 모범거래기준안을 제시하고 화장품 가맹본부 횡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는 가맹점주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공정위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