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고서 "기업 심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커졌다"

2013-08-05 12: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업황 인식에 대한 변화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이후 기업심리가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비관적 시각이 확대됐음을 감안하면 향후 실물경제의 활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5일 한국은행의 박구도 조사국 동향분석팀 차장과 이아랑·조항서 과장은 공동으로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심리의 특징과 실물지표와의 관계변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기업들의 체감경기 수준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로 분석한 결과, 업황전망BSI와 산업생산간 상관계수는 위기 이전인 2003년 2월부터 2008년 8월까지 0.43에 그쳤으나 위기 이후인 2008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해당 계수는 0.83으로 상승했다.

설비투자전망BSI와 설비투자간 상관계수 역시 같은 기간 0.43에서 0.76으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위기 이후 기업의 업황인식과 실물경제간 상관관계가 강화되면서 기업심리 악화→경기부진→기업심리 악화 등과 같이 기업심리 악화의 영향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기업심리 변화에 따른 실물지표의 충격반응에 대한 모형분석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위기 이후 업황전망BSI가 1포인트 상승하면 산업생산 순환변동치는 충격시점에서 0.1포인트, 3개월 이후에는 0.7포인트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변동치는 경기순환 사이클 상에서의 수준을 의미한다.

설비투자전망BSI도 1포인트 오르면 설비투자 순환변동치가 충격시점에서 0.9포인트, 4개월 이후에는 2.9포인트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모습은 기업의 자금사정 등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 위축이 설비투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일반의 컨센서스와 일치한다”면서 “이는 앞으로 BSI 등 기업의 업황 및 설비투자에 대한 심리가 개선되면 과거에 비해 단기적으로 빠른 회복세가 실현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위기 이후 기업들의 경기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업황실적BSI는 위기이전 79.3에서 이후 78.6으로 평균값이 하락했다. 업황전망BSI 역시 83.9에서 80.4로 떨어졌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이보다 낮으면 경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장래 경기를 낙관적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있어 업황전망BSI가 업황실적BSI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왔으나 이 역시 위기를 거치면서 그 격차가 4.6포인트에서 1.8포인트로 축소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의 경기상황에 대한 불안 심리가 증대됐다”면서 “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 증대로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상대적으로 유동성 자산을 늘리는 관망적 경향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부진한 실물경기의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경제심리 회복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심리가 실물경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BSI를 경제동향 모니터링 및 전망에 다양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