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상가 임차인에게 부당한 약관을 자행해 온 대전광역시도시철도공사가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약관이 담긴 상가임대차계약서를 운영해 온 대전광역시도시철도공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5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전광역시도시철도공사는 대전지하철1호선 14개역 내에서 상가를 임대하고 있는 사업자로 ‘임차인이 설치한 유익시설물 무상귀속 및 비용청구 금지조항’, ‘포괄적 계약해지 조항’, ‘사업자에 유리한 계약해석 조항’ 등 불공정약관조항을 임차인들에게 강요해왔다.

이들 약관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임대사업자의 권리를 강화·확대하고 임차인에게는 부당한 의무를 지우는 등 약관법상 무효에 해당된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민법상 임차인은 사용 편익을 위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고정시설물을 설치하면 임대차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그 부속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또 임차인이 지출한 유익비는 임대인이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돌려줘야한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지정한 기간 내 원상복구하지 않을 경우 ‘갑’의 재산으로 무상 귀속되고 ‘을’은 이를 이유로 ‘갑’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해왔다.

아울러 해당 약관조항에는 임차인이 설치한 유익시설물 등에 대해 원상복구를 하지 않을 경우 임대인의 재산으로 귀속되고 설치비용 청구도 못하도록 정했다.

특히 공사 측은 포괄적 계약해지 조항을 내세우는 등 일방적인 해제권 행사 소지가 높았다. 계약의 해제는 계약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다. 때문에 경미한 계약위반의 경우까지는 폭넓은 계약해제권을 부여하면 안 된다.

약관조항에는 임대차계약위반, 사회적 물의, 관리해태 등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분명한 해제권을 두고 있어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공사 측은 약정한 조문의 해석을 ‘갑’과 ‘을’이 서로 달리할 경우 ‘갑’의 해석에 따른다는 유리한 조항을 뒀다.

이유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이번 건은 작년 시정한 코레일네트웍스, 현대아이파크몰에 이어 전국의 주요 역사 상가임대차계약서에 대한 모니터링 과정 중 발견한 불공정약관을 시정한 것”이라며 “해당 약관조항은 쌍방 간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 사업자에게 유리하고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돼있어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중·소상공인의 보호를 위해 전국 주요 역사와 복합터미널, 공항, 지하철 등 대규모 상가임대사업자에 대한 불공정약관 사용실태를 지속 점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