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5명 중 1명 ‘낙제점’…대폭 물갈이 예고

2013-06-18 18:23
공공기관 경영평가서 16명 무더기 경고<br/>올해 성과급 못 받는 기관 16곳 ‘침울’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지난해 96개 공공기관 평가에서 비리와 역량 부족을 드러낸 기관장이 18명에 달했다. 전체 18.75%이며 5명 중 1명이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지난 2011년 8명이던 D등급 이하 공공기관장이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무더기 낙제점을 받은 것은 정부가 투명·윤리와 관련해 납품·채용비리 등에 대한 기관장 책임을 엄격하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자력안전 규제 전문기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박윤원 원장과 김현태 석탄공사 사장은 이번 평가에서 E등급을 받으며 해임 건의 대상으로 분류됐다.

기획재정부 이석준 2차관은 “투명·윤리 경영과 관련해 납품·채용비리 등에 대한 기관장 책임을 엄격히 평가했다“며 ”기관 현안 과제와 중장기 발전을 위한 전략사업 추진에 있어서 기관장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고 D등급 이하 증가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기관장 73명 가운데 유일하게 E등급을 받은 원자력안전기술원 박 원장은 해외 원자력안전규제 지원 사업을 통한 수입증대에 주력하고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중립적인 감독활동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또 석탄공사 김 사장은 공사 과다부채 상황에도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은 점과 지난해 장성탄광 가스사고로 3명이 사망하는 등 가스안전사고 책임 등이 해임건의 사유로 꼽혔다.

D등급을 받은 기관장에는 원전 사고와 관련해 각종 추문이 불거진 한국수력원자력, 여수광양항만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이 포함됐다.

111개 기관평가에서는 A등급 16곳(14.4%), B등급 40곳(36%), C등급 39곳(35.1%), D등급 9곳(8.1%), E등급 7곳(6.3%) 등으로 나타났다.

E등급은 전년대비 1곳에서 7곳으로 크게 늘었다. 영업실적 부진, 수익성 악화 등에 따른 계량지표 득점률이 낮아지고 일부 에너지관련 공기업의 해외 투자사업 실적이 부진한 이유다.

만년적자 상태의 석탄공사, 자원개발 사업이 부진했던 광물자원공사와 석유공사, 면세점 매출부진에 시달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임원진흥원, 해양수산연수원, 우편사업진흥원 등이 최하등급에 속했다.

또 잇단 원전 사고로 각종 비리 등 추문이 끊이지 않았던 한국수력원자력은 기관과 기관장 평가에서 모두 D등급으로 평가됐다.

한편 이번 경영평가 결과에서 D등급 이하를 받은 기관과 기관장이 증가하면서 향후 공공기관장이 대처 교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등급을 받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과 석탄공사 사장 뿐만 아니라 D등급에 해당하는 16개 기관의 기관장 역시 해임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현직 공공기관장 대부분이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만큼 올해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도 교체위험 가시권으로 안심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인사와 올해 임기 만료자, 올해 이후 임기 만료자 중 자진 사퇴자를 포함할 경우 올해 중 교체되는 공공기관장이 10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6월 이후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은 52명으로 이들 중 상당수는 최근 들어 사의를 밝힌 상태다. 다만 청와대가 지난주 각 정부부처에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을 잠정 중단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공기관장 인사가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석준 차관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D·E등급 기관장에 대한 경고·해임 건의만 할 수 있다”며 “경영평가는 인사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이를 판단하는 것은 인사권자의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