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고>국가유공자와 제대군인의 일자리마음과 의지가 더 중요하다!

2013-06-04 11:42


의정부보훈지청 정순태지청장

1997년 국가부도위기 때 일이다. 어느 기업할 것 없이 경영난, 자금난으로 부도위기에 몰리자 A사와 B사도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을 감원하기로 했다.

직원들 모두 회사를 살리는 것에 동의는 하면서도 감원대상에 자기가 포함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았다. 목숨 걸고 투쟁을 하였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당장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했던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회사들은 근로자들을 열심히 설득했다.

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산다. 누군가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산다... 어려움 끝에 양쪽 회사는 결국 구조 조정을 단행했고 10여 년간 각고의 노력을 통해 두 회사 모두 경영 정상 화에 성공하여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경영 정상화가 된 A사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회사를 떠나야했던 직원들을 아무 조건 없이 모두 복귀시켰다.

B사는 복귀를 희망하는 직원들을 또 다시 설득한다.

그동안 경제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단절되었던 경력으로 인해 생산력 향상에 어려움이 있고 이런 것들이 회사의 경쟁력 제고와 이익창출에 많은 어려움이 있으니 이해를 해 달라 등등- 결국 마지막까지 설득되지 않은 직원들 몇몇을 어쩔 수 없이 복귀시키지만 스스로 그만 두게 하려는 얕은 수를 쓰게 된다. 그로부터 또 다시 세월이 흘렀다.

이 두 회사의 운명을 음미해 보자!

A사는 복귀된 직원들이 밤새우면서 그동안 단절되었던 기술과 지식을 연마하는데 열중하였으며 직원들을 끝까지 챙겨주는 회사 경영진을 신뢰하면서 단 한건의 노사문제 없이 전 직원이 똘똘 뭉쳐 아무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히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경영진보다 직원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더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반면 B사의 직원들은 또 다시 자기와 가족들이 당할지도 모르는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해 철통같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회사 측과 철저하게 대립하였다.

회사 측의 어떤 얘기도 신뢰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살기위한 자구책과 세계시장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회사 측은 진전 없는 소모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가 경영자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잠깐 생각을 바꿔 회사를 국가로 바꿔 보자. 유난히 국난이 많았던 우리나라. 그 때마다 국가를 위해 희생과 공헌을 했던 분들이 있다.

국가유공자다. 또한 여전히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북으로부터 끊임없는 침략 위협의 최 일선에서 나라를 지키다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전역하는 제대군인이 있다.

당연히 정부에서는 국가와 국민들이 이 분들의 희생과 공헌에 보답하기 위한 각종 지원법을 통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일자리 제공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각 기업에서는 경제 불황에 따른 경영악화, 경쟁력 있는 인력 확보 등 자유주의 시장경제 논리로 채용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마치 앞에서 본 B 회사처럼...

이 부분에서 ‘역지사지’를 말하고 싶다. 그 희생자가 만일 나였다면? 가정하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또 다른 나름의 논리로 2:8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느 조직이든 그 구성원 100%가 다 성과를 창출하지는 않는다.

20%가 리드하면서 나머지 80%(무임승차자)를 선도해 나간다는 것인데 그 관점에서 접근하면 별로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미국 경제학자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한다)도 있다.

국가와 국민의 마음과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나름의 논리다.

사인(私人)간의 거래에서도 당사자 합의에 의한 계약이 법을 앞서기 때문에 아무리 법과 제도 그리고 현실여건이 어렵다 하더라도 실제적 당사자인 고용주(경영인)와 그 주변인인 국민들의 마음과 의지만 있다면 어떤 문제이건 그리 요원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일자리 마련도 같은 맥락이다. 아직도 이해가 쉽지 않다면 이런 생각을 해보자. 만일 또다시 국가가 위기에 처한다면 나는 어찌할 것인가?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두려움 없이 그 난국을 극복하는데 내세울 것인가?

지금 내가 누리는 이 자유와 풍요로움, 내가 지닌 재산과 행복, 그 모든 것을 총칭하는 부귀영화를 어찌하면 지킬 수 있을까? 내가 직접 나가 싸워 지킬 용기가 있는가?

만일 나라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나는 어찌될 것인가? 위험한 순간에 나를 대신해서 희생해준 사람에게 나는 무엇으로 보답할 것인가?

시장경제논리도, 경쟁력 있는 인력 확보도, 세계기업과의 피 터지는 싸움도 국가가 있고나서다. 결론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신 국가유공자와 제대군인에게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앞 다퉈 일자리를 마련해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가 지켜져야 기업이 존재하고 나와 가족, 우리의 후손이 자유와 행복을 누리게 됨을 다시 한 번 명심하자. 순간의 짧은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자. 나라가 있어야 내가 있다.

나를 위해 국가유공자와 제대군인에게 따듯한 일자리를 마련해 드리자. 마음과 의지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