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중한 생명, 119는 진정한 친구

2013-02-07 08:05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2팀장 소방령 정상권

오늘도 119는 삶을 포기한 현장으로 달려가 자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돌아올 때 허탈해 한다.

우리 소방공무원은 재난현장에서 한사람이라도 구하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순직하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다.

최근 경제상황 악화로 인하여 자살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독거노인, 노인세대수 증가에 따른 노인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도 자살로 귀중한 생명을 버린 사람이 15,906명, 하루에 43.6명이 삶을 마감하고 있으며 ‘경제적 어려움’, ‘질환·장애’, ‘외로움·고독’, ‘가정불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연없는 죽음이 있을까만 스스로 삶을 결정짓는 자살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 등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 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인 ‘베르테르효과’로 인해 사회적 파장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화재나 재난사고시 신속히 현장을 벗어나도록 교육받아 왔고 또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은 흐름을 거슬러 재난현장에 먼저 출동하고 불속으로 뛰어 들도록 설계된 조직이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재난현장에서 죽음을 대하고 생명을 살리는 소방공무원의 눈으로 볼 때 자살이란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누군들 자기 목숨이 아깝지 않겠는가? 하지만 소방공무원은 재난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을 단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나를 버리고 위험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과정에서 최근 5년간 35명이나 되는 소방공무원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었다.

자살은 자신을 믿는 사람,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자살로 이어질 확률은 낮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자살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곧 자살의 사회적 요인을 신뢰가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119”가 재난의 해결사를 넘어 소외된 사람의 진정한 동반자로, 외로운 사람의 따뜻한 이웃으로 국민과 함께 하고 있다.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하고 존엄한 것이다. 자신의 생명이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외롭고 힘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지금 이 순간이 삶의 마지막이라고 느껴질 때 “119”를 불러보자. 거기에 당신의 진정한 친구가 있을 것이다.

삶이 아무리 힘들고 괴롭다 할지라도 죽음보다 더 하겠는가.

옛말에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라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