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쑥날쑥' 아파트 시세 "이제 제대로 제공되나"
2013-02-07 08:14
정보업체 위주 포털사이트…감정원·공인중개사협 가세<br/>시세 정보 체계화로 소비자들 신뢰성 제고 기대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경기불황에도 차곡차곡 돈을 모아 서울의 한 아파트를 장만하려던 김모씨(45).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주변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값을 찾아봤다. 그런데 어느 기준에 맞춰 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건지 난감해졌다. 포털사이트와 부동산 정보업체가 제공하는 시세가 서로 달랐고, 정부·서울시가 제공하는 실거래 가격과도 몇천만원씩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 산하기관과 공인부동산중개업계, 부동산 정보업체의 아파트 시세 정보 제공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인터넷 상에서는 정보업체 위주로 시세가 이뤄졌지만 여기에 한국감정원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가세하게 된 것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더욱 더 다양한 시세를 접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업계에서는 들쑥날쑥했던 아파트 시세가 체계화되고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부동산 분야 시세 정보에 기존 부동산뱅크·부동산114·조인스랜드부동산 외에 한국감정원 시세가 추가됐다.
정부 방침에 따라 국가 승인 통계 작성기관으로 지정된 감정원은 올해부터 KB국민은행이 수행하던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를 이관받아 발표해오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감정원으로서는 공식 부동산 통계기관으로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고 포털 측은 더욱 정확하고 다양한 시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제공이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정원의 가세로 정보업체에만 의존하던 포털서비스 시세 정보도 더 다양해지게 됐다. 특히 감정원과 정보업체 간 가격 차가 커 정보업체 자료에만 의존하던 수요자들이 새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6일 현재 네이버 시세를 살펴보면 우선 감정원 자료에서는 서울 아파트 1㎡당 매매시세는 585만원, 전셋값은 325만원이다. 부동산뱅크는 1㎡당 서울 아파트 매매시세와 전셋값이 각각 488만원, 254만원이다. 부동산114는 각각 499만원, 260만원으로 차이가 크다.
세부 단지를 살펴봐도 각 업체가 제공한 시세는 다소 차이가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79㎡)의 경우 감정원 시세는 7억3500만원 선이다. 부동산뱅크와 부동산114는 각각 7억3750만원, 7억3500만원 선으로 큰 차이가 없다. 조인스랜드부동산은 7억9000만원 선으로 다소 높다. 네이버가 직접 제공하는 '확인매물'은 7억2000만~7억6000만원 선이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전용 84.82㎡)는 부동산뱅크(8억6000만원), 부동산114(8억6000만원), 조인스랜드부동산(8억5000만원) 시세가 비슷했다. 감정원 시세는 7억8000만원 선으로 7000만원 이상 낮게 매겨졌다.
◆방대한 데이터 가진 공인중개사협회도 동참
감정원에 이어 공인중개사협회도 협회 내부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전산망을 상반기 중 구축할 계획이다.
이해광 협회 회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협회 회원들인 중개업소를 통해 허위매물이 없는 신뢰성 높은 매물 정보를 제공하고 수요자들이 접근하기 편리한 포털 사이트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회는 지금도 '부동산탱크'라는 전산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체계화된 종합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감정원과 공인중개사협회가 인터넷상 시세 정보 제공에 열을 올리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더욱 양질의 시세 정보를 접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감정원은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때 실거래가격을 활용한 전문조사자 가격산정 방식으로 개선하는 등 정확성을 높였다. 감정원 관계자는 "포털사이트 제공 시세는 다른 업체와 똑같이 기존 방식인 공인중개업소 모니터링을 통해 산출하고 있다"면서도 "조금 더 현실성 있는 가격을 집계해달라고 중개업소를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인중개사협회도 통합 전산망 구축에 대해 상당히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등이 자료를 얻는 곳이 중개업소인 만큼 보유하고 있는 인적·물적 데이터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다만 거래가 사실상 실종된 현 상황에서 정확한 시세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거래건수가 많지 않다 보니 평균 시세를 도출해내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사실 시세가 모두 호가 기준이어서 어디가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동안 데이터가 부족해 부정확한 시세를 제공하는 곳도 있었던 만큼 제공 업체가 늘어날수록 수요자들은 시세를 더 꼼꼼히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