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송종호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금지 판정을 재심의하기로 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던 삼성전자가 한숨 돌리게 됐다.

특히 이번 재심의 결정은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소송에서 유럽 등 해외 법원이 잇따라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향후 미국 내 분위기 반전이 이뤄질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ITC는 23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금지를 권고했던 지난해 10월 예비판정 결과를 재심의하기로 했다. 당시 예비판정을 한 토마스 펜더 판사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관련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ITC는 삼성의 특허 침해 사안 4건 중 △화면에 반투명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방식과 관련한 특허(922특허) △헤드셋 인식 방법 관련 특허(501특허) 등 2건에 대해 다시 심의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이번 ITC의 결정은 그동안 애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만 내렸던 미국 내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다. 최근 미국 특허청도 애플이 주장한 특허권 가운데 3건이 무효라고 잠정 판단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TC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만큼 자국 기업에 유리한 결정만 내리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벌어진 특허소송에서 애플에 완승하고 있는 점도 미국 내 기류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영국 법원에 이어 지난 17일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도 삼성전자가 제기한 애플 특허 비침해 확인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전자 제품이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ITC의 재심의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ITC가 우리 입장을 인정해줄 것을 확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최종 판정에서 삼성전자의 수입금지 조치가 확정되더라도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 침해 대상으로 지목된 갤럭시S와 갤럭시S2, 갤럭시넥서스, 갤럭시탭 등의 제품이 이미 출시된 지 오래 돼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헤드셋 인식 방법 등 애플이 제기한 상용특허 침해 건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이미 설계 변경 등을 통한 해결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소송에서 삼성의 우위가 점차 확실해지고 있다”며 “오는 3월 말 최종 판정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애플이 이전과 같이 쉽게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