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형유통사 위법 혐의 포착…직권 조사 '초읽기'
2013-01-10 18:09
미서면약정·판촉인력파견·판촉비 전가·부당반품 등<br/>자진시정 후 법 위반의 중대성이 큰 업체는 '제재'"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A납품업체는 B대형마트에 상품을 납품하다 판촉사원 파견을 강요당했다. 자사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판촉 인력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 때문이다. 하지만 인력 부족에 따른 공백 메우기를 위한 요청일 뿐, 계약서 작성을 거부해 판촉사원 파견 비용도 감수해야만 했다.
#C대형마트 납품업체인 D사는 계약기간동안 목 좋은 매장에 자리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그러자 C대형마트는 계약기간 도중 판매장려금 인상을 들먹이며 관련 비용을 올린다는 통보를 전했다. 납득할 수 없던 D납품업체가 따져 묻자 매출이 저조한 곳으로 변경되는 불공정행위를 당했다.
#E납품업체는 F인터넷쇼핑몰이 자사 상품을 직매입하고도 고객이 변심해 반품한 상품을 되돌려 받는 ‘부당반품’ 행위를 당했다. 직매입한 물품은 상품소유권이 인터넷쇼핑몰에 있으나 F쇼핑몰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자가 반품한 물품을 다시 납품업체에게 전가했다. 해당 납품업체들은 “대형유통업체들에게 미서면약정, 판촉인력파견, 판촉비 전가. 부당반품 등의 ‘횡포’를 강요받았다”며 “칼만 안든 강도가 따로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유통 분야 서면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와 중소납품업체간 판촉사원 파견, 판촉비 전가, 인테리어 비용 전가 등 추가부담 횡포 혐의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공정위가 유통 분야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한 곳은 백화점 3곳, 대형마트 3곳, TV홈쇼핑 3곳, 인터넷쇼핑몰 3곳, 편의점 3곳, 대형서점 2곳, 전자전문점 2곳 등이다.
하지만 4807개 납품업체 중 877곳만 실태조사에 응해 불공정행위 혐의는 더욱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4807개 업체 중 영세한 1000여개 업체는 폐업했거나 소재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나머지 3800여개 업체는 대형유통업체들의 보복과 불이익 등을 우려해 대답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11년부터 폐업했거나 소재 파악이 어려운 1000여개 영세 업체의 경우는 대형유통업체들의 부당납품 때문에 폐업한 요인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태조사에 임한 877개 납품업체 중 44.9%는 판촉행사에 서면약정 체결 없이 참가를 강요당한 경험을 하소연했다. 이 중 판촉행사 비용을 떠맡은 곳도 16.4%에 달했다.
이러한 실태가 드러나자 공정위는 혐의가 있는 대형 업체를 상대로 ‘자진시정’의 기회를 준 후 회초리를 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납품업체의 불이익 근절이 1차 목적으로 일단 자진시정을 통해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뜻에서다.
개선 기회 후 제재의 필요성이 있는 업체는 현장 직권조사를 통해 법위반 여부를 분명히 밝혀내겠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송정원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자진시정이라고 해서 공정위가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납품업체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부분을 자진 시정하라는 뜻으로 법 위반의 중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에 걸맞은 제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 과장은 이어 “제도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판매장려금 등에 대해서는 추후 개선방안을 마련, 1월 중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납품업체들의 대형유통업법 이해도 제고를 위해 홍보노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