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용보장 ‘훈풍’…산업계는 여전히 ‘싸늘’
2013-01-06 17:26
금융 지중은행까지 고용보장 확대 가능성 높아<br/>산업계 노사갈등이 노노갈등까지 확전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최근 금융권이 잇따라 계약직 직원을 위한 고용 보장 방안을 내놓으며 이를 해결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산업계 노사관계는 추운 겨울 날씨 만큼이나 차가워 보인다. 해묵은 갈등을 풀지 못한 채 올해 역시 연초부터 노조원들의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 보장, 시중은행까지 확산되나?
고용보장 시발점은 KDB산업은행이 쐈다. 지난해 말, 당시 370여명이었던 무기계약직 직원을 올 상반기 내에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원들은 ‘6급 행원’으로 배정된다. 비록 대졸 신입인 5급 행원과 급여 차이는 존재하지만, 향후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노사가 공동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승진과 업무상 차별을 없애기 위한 세부조건을 노조와 협의 중에 있다”며 “앞으로 신입행원 채용 시에도 모두 정규직으로만 뽑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IBK기업은행 또한 차기정부 기조에 발맞춰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지난 2일 기간제 계약직원 1132명 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일괄 전환하기로 한 것.
창구텔러와 전화상담원, 사무지원, 본부서무, 비서, 일반전문직군 등은 물론, 특성화고 출신 176명까지 포함한 결정으로, 근속연수 및 최종학력에 따른 차별도 두지 않을 방침이다.
무기계약직의 경우 정규직은 아니지만 59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복지 혜택도 제공한다. 특히 일정 요건을 갖추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조치가 직원 간 위화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게 기업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는 향후 계약직 입사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예정이다.
이같은 두 은행의 용단은 시중은행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 시기와 규모를 정하진 않았지만 몇몇 시중은행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공익적 역할이 점차 강조되는 시점에서 시중은행들 또한 이를 넋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는 게 관계자 측 이야기다.
◇농성 그칠 날 없는 산업계
반면 산업계의 노사 갈등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가장 시끄러운 곳은 단연 현대자동차다. 약 석달 째 이어지고 있는 비정규직지회(사내 하청 노조)의 철탑농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급기야 ‘노·노갈등’으로까지 확산된 상황이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에 이어 노조 내 현장노동조직까지 가세해 ‘전원정규직전환’을 요구하는 이들의 강경투쟁을 비판하고 나섰다.
투쟁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30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공고를 내자 비정규직 노조원 75%가 이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정규직지회의 주장이 관철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기 때문이다.
울산지방법원까지 나서 이들에게 ‘철탑농성 해제’ 결정문을 전달, 농성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오는 14일 강제퇴거에 나서겠다고 통보해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법정관리에 따른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쌍용차의 갈등은 지금도 제자리걸음이다. 해고 노동자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의 향내도 그치지 않고 있다.
대표적 노조파괴 사업장으로 알려진 만도, 유성, 보쉬전장, 콘티넨탈 노동자들 또한 새해부터 무기한 서울 상경투쟁에 돌입, 노조파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산업계의 노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금재호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보다 중립적 관점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노사갈등에 개입할 경우 보통 기업 측에 양보를 요구한다. 때문에 농성 중인 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돼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사측의 불법적인 행위는 정부에서 철저히 밝혀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