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우 장관, '관료→사외이사'행 러시 첫 신호탄 되나?
2013-01-04 08:26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4명 중 28명 3월 임기 만료<br/>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30%에서 올 상반기 32%로 비중 상승
아주경제 김진오·신희강 기자=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규모 인사가 이뤄지는 물갈이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이 사외이사 지망생들의 줄대기로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또 금융권 등 일각에서는 정부 주요 부처 공직자를 타깃으로 사외이사 모셔가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퇴임을 앞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 은행권 사외이사로 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홍 장관의 경우 정통 관료출신으로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며 "향후 행보 가운데 금융권 사외이사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내부에서는 공직생활에서 '유종의 미'를 강조해 온 홍 장관의 향후 거취를 놓고 아직 임기를 두 달이나 남긴 상황에서 논한다는 자체가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홍 장관은 "퇴임 전까지 '동계 전력수급, 원전 재가동, 유통상생협의법' 이라는 세 가지 사안에만 전력투구 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홍 장관은 대학의 석좌교수에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중기청·지경부 등 30여년 공직생활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는 뜻을 여러 번 내비쳤다"며 "다만, 그 이후 기회가 닿으면 비상근 이사직을 고려할 수 있고, 비계통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금융권 사외이사 얘기가 풍문으로 도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대기업의 경우 감사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채워지는데 이들의 상당수가 정부 고위직 출신이다. 여전히 전관예우 관행이 뿌리 깊은 공직사회의 풍토를 반영한 것으로 회사 비리가 불거졌을 때 바람막이를 해줄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공생관계'로 인해 사외이사 대부분이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채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특히 은행, 보험 등 금융권 사외이사는 전직 고위관료들이 독차지하고 있으며, 보수가 많고 연임이 비교적 수월한데다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가장 선호하는 자리 중 하나다. MB정부에서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7대 시중은행의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최근 CEO스코어가 금융권 사외이사의 출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25명으로 이명박 정부의 출범 초기인 2008년 30%에서 올 상반기 32%로 비중이 상승했다.
SC은행은 사외이사 6명 중 4명(67%)이 관료 출신였으며, 우리금융도 사외이사 14명 중 6명(43%)을 관료가 차지했다. 이어 KB금융(29%), 하나금융(27%), 신한금융(25%) 등 시중은행 가운데 씨티은행만 제외하고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있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대주주를 견제하고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특히 은행 등 공공성이 있는 기업이나 기간산업 등의 사외이사는 공익을 대변하는 인물이 참여해야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