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 는다는데…경매로 잡아볼까

2012-12-10 16:59
주택시장 불황 장기화로 아파트 경매처분 늘어<br/>유찰 늘고 낙찰가율 하락…시세보다 싸게 매입 가능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싸게 사는 게 돈 버는 것이다.' 부동산 격언 중 하나다. 더욱이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투자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부동산을 싸게 사는 게 제1의 투자 원칙이다.

싼 물건을 고를 수 있는 곳이 바로 법원 경매시장이다. 경기 침체 여파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나오는 알짜 물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입찰자는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다.

웬만한 지역의 아파트도 한번 유찰은 기본이다. 두 번 이상 유찰된 부동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신건 낙찰이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몇년 전과는 딴판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은 "인기 지역 매물이라도 의외로 시세보다 많이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주택시장이 위축됐다고 우량 경매물건마저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경매 물건은 늘고 응찰자는 줄고…싼값에 내집 마련 적기

주택시장 침체의 그림자가 법원 경매시장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경매 물건은 늘고 있지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하락세다.

10일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수도권에서 경매 진행된 아파트는 3361곳으로 10월보다 4.22%(136곳) 늘었다. 지난 1월(2412개)보다는 39.34%(949개) 증가했다.

경기 침체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거나 사업이 부도나면서 경매 처분되는 아파트가 많아진 때문이다.

하지만 응찰자는 줄고 있다. 지난달 서울·수도권 소재 아파트 경매 입찰자는 5457명으로 10월보다 6.75%(395명) 줄었다. 입찰 경쟁률도 같은 기간 5.52대 1에서 5.13대 1로 떨어졌다.

집값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다 보니 아파트 경매 수요도 크게 감소한 때문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경매 입찰 후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지금 경매시장에 뛰어들어도 올 연말까지 적용되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볼 수 없다"며 "경매시장에서는 '9·10 대책'의 약발이 다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아파트 낙찰가율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10월 74.8%에서 지난달 73.7%까지 하락했다.

유찰 건수도 증가세다. 지난달 경매에 부쳐진 물건 중 유찰 건수는 물건은 1851개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매 물건 증가와 낙찰가율 및 입찰경쟁률 하락은 경매시장에서 좋은 가격에 낙찰할 기회가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부동산시장 침체로 '괜찮은' 물건들도 많이 경매에 부쳐진다"며 "거품이 걷힌 경매시장을 잘 활용하면 내 집 마련과 시세 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무리한 '입질'은 금물

그렇다고 무리하게 낙찰받는 것은 금물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하고 국내 경기 침체의 골도 깊은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지금이 집값 하락기이기 때문에 최소 6개월 전에 책정된 감정가와 실제 거래가에는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며 "가격 조정기에는 감정가만 맹신하지 말고 반드시 정확한 시세를 파악한 뒤 입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권리분석도 필수다. 경매 물건은 등기상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권리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낙찰을 받고도 소유권 이전에 문제가 생기거나 임차인의 보증금을 낙찰자가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권리분석에 자신이 없다면 경매 정보회사나 법무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