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지승 기자= 론스타가 우리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각) 국제중재기구인 국제투자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는 강경대응 의지를 밝혔다

우리 정부가 다른 나라와 체결한 투자자보호협정(BIT)에 따라 해외 투자자로부터 투자자국가소송(ISD)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총리실, 법무부,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에 따르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이날 대한민국 정부가 ‘한―벨기에ㆍ룩셈부르크 투자협정(BIT)’을 위반했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기구인 ICSID 중재를 신청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때 국세청이 매긴 10%의 양도소득세가 부당하다며 돌려달라고 하고 있다. 한-벨기에 투자협정상 주식매매에 대한 과세권은 한국에 있지 않지만, 국세청은 국내 고정사업장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3915억원의 양도세를 부과했다. 론스타는 또 2007년 HSBC에 매각을 추진할 당시 6조원을 웃돌던 외환은행 몸값이 하나금융지주로 매각 때 4조원 수준으로 낮아졌는데, 이는 당국이 매각승인을 지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는 신청서에서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투자자금 회수와 관련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했으며, 론스타에 대해 자의적이고 모순적으로 과세해 손해가 발생함에 따라 한국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론스타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으며 지난 5월 론스타가 중재 제기 의향을 밝힌 이후 관련 부처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재재판에 대비해 왔다”며 “중재재판에서 론스타 주장의 부당성을 적극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론스타의 국내 투자와 관련해 국내법, 국제법규, 조약에 따라 투명하고 차별이 없도록 업무를 처리했다”며 “론스타의 문제 제기에 대해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를 분명히 하는 게 ISD 소송에 유리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 초 론스타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는 행정적 판단으로 법률적 강제성이 없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이 제기한 헌법재판소 헌법소원의 판결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