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허점투성이 예산’ 탄생하나

2012-10-29 18:24
예산안 심의 코앞인데 여·야 힘겨루기 여전<br/>"새 정부 들어 계획을 다시 짜라"

아주경제 유지승 기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차기 정부에서는 연간 최소 25조~30조원의 복지예산이 늘어날 것이다." "2012~2016 국가재정계획은 실효성 확보가 어려우니 새 정부 들어 계획을 다시 짜라."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정부가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세워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장밋빛 전망 일색이라며 이같이 강하게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31일부터 내년 예산안 심의를 시작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힘 겨루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대한 부실심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산안 의결 법정기일이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 2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간 맞추기에 급급해 졸속처리를 강행, 결국 부실심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대선을 목전에 두고 예산안 심사보다는 대부분의 시간을 정쟁에 쏟을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

여기에 정부와 예정처 간의 재정수지 분석은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균형재정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정처는 2016년까지 매년 20조원가량의 재정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례로 내년 관리재정 수지에 대한 예정처 추정은 18조5000억원 적자로 정부 전망인 4조8000억원 적자보다 13조7000억원이 많았다.

이런 큰 폭의 차이는 공기업 지분 매각과 경제성장률, 세수 등에 대한 전망에서 정부와 예정처의 총수입 전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기업 지분 매각이 정부 뜻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낮은 데다, 내년 경제성장률만 해도 정부는 4% 안팎을 제시했지만 예정처는 3.5%로 봤고, 이에 따라 국세수입 전망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또 정부는 인천공항,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공기업 지분 매각 수입을 전제로 한 반면, 예정처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해당 수입을 제외했다.

최근 예정처는 정부의 예산 분석 결과 필요성 부족, 과다·과소 편성, 사업계획 부실, 중복 등 문제가 있는 사업예산이 518개나 되는 등 기초부터 부실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선심성 복지공약만 내세우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기초노령연금 확대, 반값 등록금, 전 계층 무상보육 같은 조 단위 복지공약은 남발하면서 재원 마련에 관해서는 그럴듯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경제정책팀 김한기 국장은 "대선을 앞두고 고령화·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경기침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예산안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한 상황인데 대선이 겹쳐서 여야가 심의를 졸속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국장은 "여야가 복지정책과 관련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데 복지정책은 반드시 예산 추계가 돼야 집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인천공항 민영화 같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세입안들도 재고해야 세수확보 수준이 정확히 추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