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엔 안보리 재진출..‘한반도 의제’ 직접 관리
2012-10-19 06:33
우리나라가 유엔의 가장 강력한 기구인 안전보장이사회에 15년 만에 다시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동북아시아의 안보지형이 격변기를 맞은 시점에 유엔 무대에서 북한 핵 개발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의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가 일궈낸 또 하나의 쾌거로 평가된다.
한국은 18일 오전 10시(현지시각)부터 뉴욕 유엔본부에서 193개 유엔 회원국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2차 투표에서 당선에 필요한 표(유효표의 3분의 2인 128표)보다 21표 많은 149표를 얻어 2013∼2014년 임기의 이사국 지위를 확보했다.
우리와 경합한 캄보디아는 43표를 얻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부탄은 1차 투표에서 20표로 3위에 그치면서 득표 1, 2위 국가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2차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의 배출과 잇단 국제회의 유치 등을 질시하는 견제심리와 약소국에 대한 동정표 등을 극복하고 15년 만에 다시 안보리 진입에 성공함으로써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중견국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이번 당선으로 한국은 내년부터 2년간 한반도 의제를 비롯해 유엔에서 이뤄지는 모든 국제 현안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가입 21주년을 맞아 유엔 외교의 ‘성년’이 된 시점에, 그것도 반 총장의 2차 임기 중에 안보리 무대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다자외교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는 평가다.
안보리는 국제평화와 안전, 질서유지에 1차적 책임을 지고 전 세계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유엔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국제분쟁 조정과 해결 권고, 분쟁지 군대 파견, 침략자에 대한 경제 제재와 무력 사
용 승인,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 선출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회원국에 대한 법적, 강제적 권한을 갖고 있어 명목적 상위기구로 도덕적 구속력을 갖는 총회와는 영향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임기에 제한이 없고 거부권을 가진 5개의 상임이사국(P5)과 대륙별로 할당된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이사국 등 총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되며 의장국은 이사국들이 알파벳순으로 한 달씩 돌아가면서 맡는다.
우리나라는 순번에 따라 내년 2월에 의장국을 맡게 되며 임기 중 한 차례 더 의장국을 수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유엔 가입 5년째인 지난 1996년부터 1997년까지 안보리 이사국으로 한차례 활동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안보리 재진출을 올해의 핵심 외교과제 중 하나로 설정하고 그동안 전방위 외교전을 펼쳤다.
외교통상부의 김봉현 다자외교조정관이 지난 15일 뉴욕으로 건너와 막판 득표전을 벌였고 김숙 유엔대사도 최근 일주일간 5개 지역그룹 및 개별 국가 대사들과 연쇄 접촉하면서 이탈표 방지에 주력했다.
김성환 외교장관은 지난달 말 제67차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50여개 회원국의 수석대표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외교부는 현지에 대사관이 없는 지역을 위주로 박석환·민동석 전 차관 등을 장관 특사로 보내고 아프리카연합(AU) 회의와 아세안지역포럼(ARF) 등의 각종 다자 무대를 활용해서도 활발한 득표전을 펼쳤다.
김 대사는 “안보리 1차 진출이 유엔 외교의 학습기였다면 이제는 양적, 질적으로 성숙하는 단계”라며 “국제사회에서 중견국의 위상을 확고히 구축하고 실질적인 기여와 역할을 수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선거에서 아프리카와 중남미 그룹에서는 단독 입후보한 르완다와 아르헨티나가 당선됐고 서구그룹에서는 호주와 룩셈부르크 등이 이사국 지위를 얻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