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명의(名醫)를 만나다> "의료로봇 시대 발전…원격수술도 머지않아" - 김선한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2012-08-22 14:07
- 美 로봇수술 생중계<br/>- 대장·직장암 수술 세계 최고 입증

김선한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외과의사는 수술로 진검승부 하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선 난 행운아 입니다.”

김선한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22일 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에게 수술을 실시해 성공적으로 이뤄질 때 기쁨을 느끼며 이 영역에서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외과 의사로서 수술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데 수술을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 내 성격에 맞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장·직장암 수술 세계 최고의 권위자다. 국내에서 배를 열고(개복) 수술을 하던 시절에 미국으로 건너가 복강경 수술을 배웠다.

복강경 수술은 복부에 작은 절개창을 여러 개 내고, 이 구멍을 통해 비디오 카메라 및 각종 기구들을 복강 내에 넣고 시행하는 수술이다.

그는 현재까지 2만 건 이상의 복강경 대장암 시술을 집도하며 이 분야의 발전을 선도해 왔으며 2007년부터는 로봇수술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정확한 손 기술이 소문이 나 로봇 기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김 교수에게 수술법 영상 제작을 의뢰할 정도다.

2009년에는 세계 정상급 의료기관인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클리닉에 로봇수술을 생중계하며 이 분야 세계 최고임을 증명했다.

직장암 로봇수술 분야는 미국에서도 널리 적용하지 않고 있던 시기였다.

외국에 비해 10여년 늦게 국내에 도입된 로봇수술 분야에서 이룬 쾌거다.

국제학회나 해외병원 초청으로 20여회 이상의 수술 시연(Live Surgery)을 하며 전 세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아무리 입으로 떠들어도 실력에 의문을 가지던 사람들이 내가 시술한 장면을 보여주면 한국인을 보는 객관적인 눈까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김 교수는 암 수술에 있어서 암 제거뿐만 아니라 환자의 항문 보존에도 최선을 다한다.

보통 바깥 항문 입구 5cm 이내에 생기는 하부직장암의 경우 항문을 많이 제거한다.

하지만 그는 암이 3cm 이내에 생길 경우에만 항문을 제거하며, 최근에는 그 마저도 보존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항문이 없으면 평생 인공장루를 통해 배설주머니 차고 다녀야하는 불편을 환자가 감내해야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복강경 대장-직장암 수술 후 조기회복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논문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조기회복프로그램이란 수술전후 환자의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고,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해 합병증을 줄이고 빠른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대장-직장암 환자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고령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정상생활로 돌아가는 기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김선한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의료 정책지원이 기초연구분야에 치우쳐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임상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임상연구 발전을 위해서는 ‘환자의 이해, 의사의 연구필요성 인식과 더불어 자금지원’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장·직장암 수술 세계적 명의(名醫)로 인정받고 있는 그가 고민을 털어놨다.

“내가 현역 의사로 있을 수 있는 기간을 앞으로 11년으로 봅니다. 그 때까지도 환자를 보는 따뜻한 마음이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의료로봇 시대는 분명히 발전할 것이며 원격 수술도 도래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뒤쫓아 가지 않고 리드해 나가고 후배양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내게 주어진 사명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