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한방’?..로또 ‘호황’ vs 연금복권 ‘시들’

2012-08-19 21:07
올 상반기 로또 1조4171억원 팔려…연금복권은 65%로 저조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경기는 불황이지만 로또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국민들의 ‘한방’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장기간 당첨금을 나눠 받는 연금복권의 판매량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19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로또복권은 총 1조4171억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액 1조3329억원에 비해 6.3%나 증가한 것이다. 즉석복권도 최근 당첨금 5억원짜리 복권의 발행 횟수를 월 2회에서 3회로 늘리자 판매량이 약 5% 늘었다. 팍팍해진 서민들의 생활이 한탕주의를 자극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반해 지난해 7월 시판과 동시에 11월까지 5개월 연속 ‘매진 신화’를 만들었던 연금복권 판매량은 급감했다. 올들어 1월 90%, 4월 79%로 떨어지더니 지난 6월에는 65%로 고꾸라졌다. 지난 15일 현재(59회차) 연금복권 판매량은 54.6%로 저조한 성적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고 히트상품’에 선정한 것 치고는 너무 짧은 기간에 시들해진 것이다.

이에 복권위 복권총괄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복권이 나오면 판매액이 급격히 상승하다가 그 다음해에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되레 시들해졌기 보다는 정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복권위 발행관리과 관계자 역시 “복권도 계절을 타는 상품”이라며 “여름휴가철 시즌이다보니 자연히 연금복권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반에는 복권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구매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복권의 특성인 ‘한방’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복권위가 지난달 4일(54회)부터 인터넷에서 연금복권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원하는 복권번호를 선택할 수 있는 ‘번호선택서비스’를 시행했지만 이 또한 한계점이라는 지적이다. 연금복권 특성상 이미 발행돼 있는 번호 범위에서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권위 발행관리과 관계자는 “연금복권의 판매량이 더 떨어진다고 해도 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면 정부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며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서도 경고 문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금복권 판매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경우 연초 수립한 판매기금 운영 계획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복권총괄과 관계자는 “어차피 복권은 확률게임이므로 전체규모가 줄어든다면 당첨확률 역시 떨어진다”며 “복권 인쇄비가 들겠지만 수익률에서는 미미한 비중”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