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한국 경제는…MB노믹스 수정 불가피

2012-04-11 22:39

주요 4당 경제공약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4·11 총선에서 여야가 박빙의 승부를 벌임에 따라 한국 경제가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고유가,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북한 리스크 등 대외 악재가 여전한 데다, 한국 경제 컨트롤타워의 중심축에 커다란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경제 지형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총선 이후 진보좌파 성향의 야권과 범보수 여권이 국회의 주도권을 양분한데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MB노믹스'(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전면적인 궤도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정치권과 경제당국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 결정을 받은 기획재정부가 여야의 복지공약에 대한 검토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정치권과의 공방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 경제정책 둘러싼 정부 야당 갈등 불가피

더욱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등 야권과 범보수 여권이 국회 의석수를 양분하면서 정치권이 재정부 등 경제당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정책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이 사사건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복지는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쟁점이었다. 재정부는 정치권에서 내놓은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5년간 최소 268조원이 더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복지수요 증가와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추가 증세나 채권 발행 없이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이 재정부의 복지공약 소요예산 추정은 월권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박재완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으며, 여당인 새누리당도 복지공약에 대한 품평보다는 서민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라고 재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놓고도 정부와 정치권의 격돌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민심 후폭풍을 우려, 추경 편성을 대수롭지 않게 거론하지만 국가 재정건전성 확보가 시급한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재정부의 추경 편성에 대한 '스탠스'는 '반대'다.

지난달 말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과 관련, "추경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MB노믹스 추진력 급상실…정국 혼란 우려

MB노믹스의 핵심인 747 공약에서도 정부와 정치권의 치열한 기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747 공약은 7%대 경제성장률로 5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현 정부의 대표 공약이었다. 그러나 2008∼2011년 연평균 성장률은 3.1%, 2011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749 달러(추정치)에 불과했다.

정부는 금융위기라는 외부환경 악화 탓이라고 변명했지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747 공약을 MB노믹스의 대표적인 시대착오의 전형으로 꼽는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MB노믹스에 대해 본격적인 거리두기 행보에 나서면서 정부는 결국 양극화 해결을 위한 일자리와 내수물가 등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해 MB노믹스의 손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처리가 어려워진 국방개혁안, 약사법 개정안 등 중점 법안들에 대한 19대 국회 재상정 여부도 정부로서는 고민거리다.

외신들도 총선 이후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과 혁신의 정치'라는 칼럼에서 "4·11 총선에서 한국의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의 경제수준에 맞지 않는 복지 확대 공약을 내놓고 있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칼럼은 또 "한국의 정치인들은 복지국가 건설을 너무 일찍 제안하고 나섰는데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라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2489 달러로 4만8000 달러인 미국, 4만5700 달러인 일본보다 적어 나눌 만한 성장의 과실이 부족하기 때문에 복지 확대는 단기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닛케이신문도 "이번 총선에서 한·미 FTA와 재벌개혁을 둘러싼 여야 양당의 자세가 대조적이어서의 선거 결과에 따라 경제정책에 상당한 파란이 일 것으로 에상된다"고 보도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여당은 대선을 위해 레임덕에 직면한 이명박 정권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 뻔하고, 야당 역시 공약을 지키기 위한 관련법안 처리 강행에 나서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지고 향후 한국 경제가 중심을 잃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