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그룹 권혁 “출국금지 요청”…국세청 압박
2011-12-28 07:49
(아주경제 김면수 기자) 역외 탈세 혐의로 40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한 시도그룹 권혁 회장이 경영난을 이유로 국세청에 출국금지 일시해제를 요청했지만, 국세청은 이를 허락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지방국세청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출국금지가 장기화하면 시도그룹이 막대한 타격을 입어 폐업할 수 있고 조세 납부를 위한 자력 자체를 상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세청은 2010년 12월 11일부터 2012년 6월 10일까지 권 회장의 출국을 금지한 상태다.
시도그룹은 권 회장이 1994년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선박금융의 대부분을 엔화로 차입한 탓에 최근 상환 부담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출국 금지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도 서한을 통해 강조했다.
그는 “전세계 해운경기 불황으로 운항을 중단한 선박이 수십척에 이른다. 대표이사는 장기간 출국금지 때문에 홍콩 본사로 출근하지 못해 선박의 국외영업이 부실해져 거래처를 경쟁국인 유럽과 일본에 빼앗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부과받은 세금 일부를 내고 싶어도 최악의 경영상태라 내지 못하고 있다. 보유 선박의 일부를 매각할 계획이다. 출국해서 여러 선주와 접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법무법인 바른과 시도상선 한국지사 임직원은 그의 귀국을 보증했다.
권 회장은 과세에 이의를 제기해 조세채권의 성립 또는 세금납부의무의 불이행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세청의 출국금지 조치는 전례가 없다는 비판도 했다.
경고성 발언도 했다. 권 회장은 “국세청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향후 초래되는 손해에 법률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역설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변호인단의 귀국보증서를 동봉했지만 출국을 허용하면 다시 국내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추징세액 납부 등 사정 변경이 없어 출국금지를 풀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권 회장 명의의 국내 재산이 거의 없어 귀국하지 않으면 세금을 체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출국 불허 방침에 반영됐다.
한편 시도그룹은 최근 조세심판원에서 기각된 과세 불복청구 건의 항고와 출국금지 해제 가처분신청을 내달 초 법원에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