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SK 프런트의 결례는) 1년 말해도 모자라"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전 SK 와이번스 감독) [사진 = SK와이번스]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SK 프런트의 결례는) 1년 말해도 모자라요"
10일 오전 방송된 MBC 표준FM(95.9㎒)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토요일에 만난 사람' 코너에는 김성근 전 SK 와이번스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의 사전녹음 인터뷰가 방송됐다.
본래 '토요일에 만난 사람'은 '손석희의 시선집중' 4부에서 30여분동안 진행된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는 2부부터 방송종료 때까지 80여분간 진행됐다.
손석희는 "조금 무서운 분으로 제가 알고 있는데 이렇게 마주 앉으니까 아주 마음 푸근하신 그런 어르신을 만나고 있는 것 같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에 김 감독은 "(시합 때는) 한 동작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니까, 눈매라고 그럴까 집중하는 방향이 전혀 틀리다"면서 야구장 밖에 나가면 "표정이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답변했다.
◆ "승리를 해야 되는 게 내가 해야되는 일"
김 감독의 선수시절 이야기도 나왔다.
김 감독은 자신이 투수로 뛰던 시절에는 선수 몸관리가 없었다며 "9연승 한 적이 있고 그 이후 '20승 5패'를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무리한 투구로 인해 어깨에 부상이 왔고 어깨를 보완하기 위해서 팔꿈치로 던지고, 나중에 보니 왼손 자체가 올라가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당시 선수운용 상황을 밝혔다.
손석희는 "너무 승패에서 승에만 집착하시다보니까 뭔가 통 큰 야구를 안 해서 재미가 없다 이런 얘기를 많이들 하시는데"라며 일부 야구팬이 지적하는 '김 감독의 재미없는 야구운용'에 대한 질문도 했다.
이에 김 감독은 기업 경영에 빗대어 설명하며 "승리를 해야 되는 게 내가 해야되는 일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팬은 물론 선수들이 그것으로 인해서 유복할 수 있고 그래야 내가 감독으로서의 위신이 서는 것"이라며 "그 결과를 가지고 올 때 세상 사람들한테 맞추며 오서독스 해가지고 나는 이길 수 없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이어 "오늘 비로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내 야구를 '재미없는 야구'라고 부르는 것은) 약자가 몰려서 소리 낸 소리라고 봐요. 그러니까 강자는 가만히 있다가 딱 한 마디하고 그치지. 그게 승리거든요. 그러니까 세상 일에 맞춰서 사는 사람들이 난 약하다고 봐요. 그 사람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방법이에요"라고 덧붙였다.
▲구단 측의 김성근 감독 경질 이후 수많은 SK 팬들은 연일 문학야구장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며 항의를 진행했다. [사진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
◆ "프런트 간부는 출세가 목적. 기업 성장에는 별로 의식이 없어요"
김 감독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SK 프런트에 대한 매서운 비판의 발언도 남겼다.
손석희는 김 감독에게 "'올해 계약 끝나면 감독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라서 이제는 그 얘기를 많이들 아시고 합니다만 그 당시에는 야구팬 입장에서 황당했던 측면도 분명히 있었다"며 지난 8월 18일 SK 감독 직에서 경질될 당시의 상황을 물었다.
이에 김 감독은 "프로야구는 샐러리맨 출신들이 프런트 간부에 있어요. 이분들은 자기 출세가 목적이에요. 기업의 성장이라고 하는 건 별로 의식이 없어요"라며 운을 뗀 후 "이쪽에서 움직이고 이쪽에서 움직이고 죽자 살자 우리가 하고 있는 이것에 대해서는 이해를 못하는 거예요. 왜 우리 쪽에 얼굴을 돌리냐, 안 돌리냐, 이런 속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심리가. 아쉬운 점은 있죠. 없을 때하고 가진 자하고 차이라고 그럴까요. 그런 심리 같아요"라고 말하며 SK 프런트와 자신이 겪은 갈등의 근본 원인을 분석했다.
또한 "리더라고 하는 건 태양이 돼야 한다"며 감독으로서 지도자에 대한 지론을 밝힌 후 "선수한테 하여금 '우리 리더는 태양이다', '하나밖에 없다', 이걸 어떻게 인식시키냐의 문제예요. 통솔을 한다는 건 그것부터 시작입니다. 프런트의 개입은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앞에서 막아요. 선수들은 뒤에 숨겨요. 모든 비난은 내가 받아요. 선수를 편하게 움직이게 하는 건 감독 역할이에요. 대신 모든 비난을 내가 받고 살아야 되니까 프런트와 트러블이 생길 수 밖에 없어요. 일부러 할 때도 있었어요"라는 발언도 했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전 SK 와이번스 감독)의 연세대 강연 당시 모습 [사진 = SK와이번스] |
◆ "SK, 이만수 코치(현 감독) 영입할 때부터 감독으로 앉히려 해"
최근 김 감독은 SK 프런트는 물론 이만수 현 SK 감독과 다양한 방법으로 매우 치열하게 설전을 벌였다. 때문에 지난 9일 치러진 일구대상 시상식에서 김 감독과 이 감독이 어색하게 악수하는 사진은 야구팬을 비롯 수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됐다. 손석희는 김 감독에게 김 감독과 이 감독에 대한 관계도 질문했다.
김 감독은 "사실 안 하려 그런 건데, 계약할 때 이만수를 헤드코치로 써달라고 구단이 요청 했어요. 내가 부른 코치는 아니에요. 구단에서 요청한 거예요. 내가 가기 전에 이미 돼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나보고 받아주겠냐 했단 말이에요. 좋다 했어요"라며 김 감독과 이 감독이 같은 팀에서 함께 소속된 계기에 대해 밝혔다.
김 감독은 이어 구단이 이 감독을 수석코치(주 : 김 감독은 '헤드코치'로 표현함)로 영입할 때부터 감독으로 앉힐 계획이었다며 자신은 감독이면서도 어느 나라에도 전례가 없는 수석코치 취임식 참석의 굴욕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더불어 이만수에 대해 "자기 소감이라고 그럴까 이 팀은 이렇게 바꿔간다, 이 말을 하더라고"라며 당시 어색했던 상황을 밝히며 "이만수가 나쁘다하는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 구단이 미스죠. 그런 걸 하면 안 되는 과정을 밟은 거예요. 그만한 뒤에 뭐가 있었는지 나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스토리가 있었지 않나 싶어요"라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불렀다고 여기는 구단 처사를 비판했다.
김 감독은 손석희가 "물러나신 그 순간까지 프런트가 결례를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라는 말을 하자 "1년 말해도 모자라요"라고 말하며 프런트와 갈등이 적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끝까지 팀을 못 이끈 것에 대한 아쉬움도 짧게 내비쳤다. 김 감독은 "시즌 마치고 마무리했으면 제일 바람직하지 않았나 싶었는데"라며 SK에서 중도 경질됐음을 아쉬워했다.
더불어 "잘린 후 일본 가서 일본팀 야쿠르트와 자이언츠의 클라이맥스시리즈를 봤어요. 그리고 주니치하고 소프트뱅크(의 경기)를 봤어요. 오치아이 감독은 나하고 똑같은 식의 똑같은 처지(주 : 9월에 재계약 불가를 통보받음. 김 감독처럼 3시즌 계약 후 마지막 시즌을 치루던 중)가 됐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시즌 마지막까지 했어요. 그리고 재팬시리즈 마지막까지 했어요. 부럽더라고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2011시즌이 끝난 후 SK의 감독대행을 맡던 이만수 대행이 정식 감독으로 추대됐다. 사진은 SK와이번스 신영철 대표(왼쪽), 이만수 감독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