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무역 1조 달러, 취할 때 아니다”

2011-12-05 17:30
글로벌 경기 불안정… 대기업·수출 중심 경제 우려도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5일 무역 1조 달러 돌파가 확정, 각계각층에서 ‘신흥국을 당당히 졸업했다’며 논평을 내는 등 의미를 부여했다. 마침 이날 취임한 오영호 코트라(KOTRA) 사장은 “무역 2조 달러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만들겠다”는 취임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수출기업들은 차분한 분위기다. 올 초부터 기대를 모았던 무역 1조 달러 돌파는 기념할 만한 일이지만 미국 신용등급 추가 강등, 유럽 재정위기 본격화 우려가 연말은 물론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글로벌 위기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수출 대-중소기업 비율 및 구성 등을 면밀히 검토, 향후 국내 경제가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전략적 대책을 준비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분기 어닝쇼크 도미노… 4분기도 불투명= 지난 10월 말께 잇달아 발표된 국내 대표기업의 올 3분기 실적은 ‘어닝쇼크’였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의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줄거나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유럽 재정위기,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이 겹치며 타격이 컸다. 특히 IT와 항공, 해운 등 운송업종의 타격이 컸다.

더욱이 이 같은 불안정한 글로벌 경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대부분 기업이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변수가 많아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도 쉽지 않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예년 수준이나 그보다 낮은 규모의 투자로 내실 다지기에 나설 전망이다. 일례로 포스코는 국내외설비를 1조원 줄였고, STX나 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등도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하고 자금 확보에 나섰다.

◆대기업.일부업종 집중 수출생태계도 ‘우려’= 대기업과 일부 업종에 집중된 수출생태계에 대한 우려도 높다. 무역협회는 이날 관련 보고서를 내고 “1992년 60대 40이였던 대-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지난해 67대 33을 기록했다”며 높아지는 수출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가술력과 창의력을 가진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연스레 국내 주요 대기업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휴대폰.반도체.LCD.자동차.선박 등으로 수출이 집중돼 대내외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수출 집중현상의 단점이다.

수출만큼 내수 활성화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무역 비중은 110.9%로, 30%대의 미국.일본은 물론 대표적인 수출중심국가 독일(95.3%)보다 높다. 산업연구원(KIET) 신현수 무역세계경제 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 늘어나는 수출과 정체된 내수가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며 “내수를 견실히 하는 정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