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 훼손·주택시장 침체·주민 갈등…커져만 가는 보금자리 그림자

2011-11-07 18:00
올 사업 승인 물량, 계획의 4분의 1 불과 전망<br/>수도권 미분양 주택 적체로 추가지정도 어려워

서울 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 전경.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반감이 커지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라는 당초 목표보다는 주민 갈등을 부추기고 녹지만 훼손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무리하게 주변 시세보다 낮춰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을 주택시장 침체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비싼 값에 택지를 사서 공급하는 민간 주택과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어 싸게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한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수도권에서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지구는 서울 강남권 2곳 뿐이다.

◆ 목표 달성 적신호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둘러싸고 해당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 등이 커지면서 올해 보금자리주택 사업승인 물량이 당초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도권 그린벨트지역을 해제해 지정된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올해 말까지 사업승인을 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주택은 서울 강남·서초지구와 경기 성남시 고등지구, 인천 구월지구 등 1만여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목표인 4만여가구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사업승인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하남 강북, 서울 고덕·강일3·강일4지구,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주요 지구에서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건설 물량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실제 하남 감북지구는 올해 보금자리주택 1만4000가구의 사업승인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이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에 보금자리주택사업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해 지구 계획도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에는 감북지구 내 일부 부지를 소유한 대순진리회도 사업 반대를 주장하고 나서 올해 사업승인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과천지식정보화타운은 지구 지정은 됐지만 보금자리 물량이 크게 줄었다. 당초 6500가구가 사업승인 대상이었으나 시와 주민들의 요구로 일부 지역을 유보지를 남겨놓으면서 올해 승인 물량이 3700가구로 줄었다. 고덕·강일3·강일4지구는 극심한 주민 반발로 지구 지정도 못하고 있다.

◆ 2기신도시 미분양에 추가지정 어려워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지구는 현재 5차 지구까지 지정됐다. 정부는 올 하반기 6차 지구를 지정할 계획이었지만 해를 넘길 가능성도 커졌다.

국토부는 서울·경기의 지자체와 6차 지구 지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마땅한 지역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을 반기는 지자체가 없는 점도 부담이다.

보금자리주택 공공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공사의 협조도 어려운 상황이다. LH는 120조원에 이르는 부채 문제로 새로운 사업 추진 동력이 고갈된 상태며 SH공사도 서울시장 교체 등으로 미묘한 시기에 놓여 있다.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양주 양주신도시 등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수도권에 넓게 쌓여 있는 미분양 주택도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들 지역 주변에 값싼 보금자리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될 경우, 민간 사업자의 미분양 해소를 더욱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하려고 해도 이들 지역에 쌓여 있는 미분양 주택이 큰 부담"이라며 "보금자리주택은 2기 신도시 지역보다 서울 중심부와 가깝게 지정되고 분양가가 저렴해 소비자들이 민간주택 대신 보금자리주택으로만 몰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건설업계 "주택시장 침체 주범"

현재 국내 100대 건설사 가운데 40여개사가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대주단 협약 등 경영 위기 상태에 빠져 있다. 대부분 주택 사업 비중이 높았던 업체들이다.

건설업계, 특히 주택건설 업계는 정부의 대규모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민간 주택시장 침체의 주범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로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반값' 아파트가 나오며 민간주택에 대한 수요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한동안 무섭게 오르던 수도권 전셋값도 결국 보금자리주택 입주를 기다리던 대기 수요가 그대로 전세 시장에 머물렀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변 시세의 절반에 불과한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과 위례신도시 물량 등에 대한 수요가 내집 마련에 나서기 보다 그대로 전세시장에 눌러 앉아 전세난의 원인이 됐다"며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보금자리주택이 임대가 아닌 분양 형태로 대거 공급되면서 주택 시장을 크게 왜곡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