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1조2천억 뱅크런…돈 맡겨도 되나

2011-10-09 10:50

지난주 금융당국자의 발언과 일부 언론의 오보로 새마을금고에서 하루에 무려 1조2천억원이 인출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새마을금고를 관리·감독하는 행정안전부는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강조하지만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제2금융과 상호금융에 대한 불안 심리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새마을금고도 5천만원까지 보호”9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신종백 새마을금고 회장은 지난 7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일 200억원, 6일 1조2천억원이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오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간부회의에서 “다음 단계로 우리가 시장안정을 위해 더욱 관심을 기울일 부분은 신협과 새마을금고”라고 밝혀 새마을금고 예금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 다음날 한 언론에서 새마을금고는 예금보호가 안될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예금주의 불안 심리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에 새마을금고와 금융당국, 행안부 등으로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각 금고에는 ‘제2의 저축은행’을 우려하는 회원들의 예금인출 행렬이 이어졌다.

행안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5천만원까지 국가에서 예금 보호를 하며, 이에 대한 오해로 예금을 해지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중도해지 취소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하면서 동요는 다소 잦아들었다.

금융위도 부랴부랴 “특정권역을 지목해 점검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7일에는 맹형규 행안부 장관과 이인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새마을금고를 찾아 100만원씩 예금을 하며 예금주들을 안심시켰다.

◇“새마을금고 PF대출 없고 저축은행과 성격 달라”새마을금고에 대한 불안 심리의 상당 부분은 상호금융이어서 정부의 감시가 느슨할 것이라는 예단과 관리·감독을 금융당국이 아닌 행안부가 한다는 데 기인한다.

최근 가계대출이 급속도로 늘어난 데 대해 우려도 불안 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을 제외한 순수 가계대출은 2008년 말 18조7천313억원에서 2010년 말 28조5천66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2조3천310억원(8.2%) 증가해 30조8천978억원에 달했다.

지방 새마을금고가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리며 권역 외인 수도권에 대출한 비율이 12.7%에 이르는 점, 전체 금고 1천464개 중 108개가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 2006년 이후 작년까지 금융사고가 19건 발생해 피해액이 560억2천500만원에 달한다는 점 등도 새마을금고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맹 장관은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구성된 협동조합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한 서민금융기관이므로 대주주가 독점하는 지배구조인 저축은행과는 기본 성격이 다르다”며 “특히 저축은행 부실의 주 원인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단 새마을금고의 각종 지표는 양호한 수준이다.

전체 개인대출 연체율은 2008년 말 3.03%, 2009년 말 2.84%, 2010년 말 3.24%, 지난 6월말 3.15%로 큰 변동은 없었다.

작년 말 기준 당기순이익 7천771억원, 전체 연체율 2.99%로 단위 농협 3.20%, 신협 6.48%, 저축은행 18.6% 등 다른 기관의 연체율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총자산은 91조2천억원, 예적금은 80조8천억원, 대출은 50조4천억원이고 건전 자산에서 순자본이 차지하는 순자본 비율은 8.69%로 경영개선 권고 수준인 4%에 비해 훨씬 높다.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2.29%로 단위농협 3.7%, 저축은행 10.6%에 비해 낮다.
일각에서는 외견상 지표가 나쁘지 않아도 내용을 따져보면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과 관련해 여신규정을 어기거나 자산건전성 분류를 철저히 하지 않는 등 관리가 부실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맹 장관은 “최근 일부 금고를 감사한 결과 일부 여신규정 위반이나 업무 미숙 사례가 있었지만 재무건전성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행안부가 지난 6월 이후 서울 1개, 부산 2개, 광주 1개, 전남 1개 등 8개 금고에 대해 금감원과 합동 감사를 한 결과 순자본비율은 10.03%,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54% 등으로 양호했다.

행안부는 또 금융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2005년부터는 금융감독원과 합동 검사를 해서 지난해까지 353개를 살펴봤으며 2008년부터는 감사 대상도 함께 정하고 있다.

올해 24개를 감사하고 있고 이달부터는 재무상황이 악화됐거나 2년 이상 검사를 받지 않은 금고 50∼60개를 골라 금감원과 합동으로 특별감사할 예정이다.
더불어 올해는 자산 1천억원 이상 금고 중 45개를 골라 처음으로 외부회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종전보다는 외부 감시가 강화됐다고 해도 여전히 금고 숫자에 비해 감사 대상이 많지 않아 개별 금고의 사정을 속속들이 빠르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사외이사를 둘 의무가 없고 이사장 임기가 12년에 달하며 준법감시인 기능이 약하다는 점도 새마을금고의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