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위안부’ 전방위 압박에 日 “끝난 일”
2011-10-03 18:06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양국관계의 본격적 갈등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측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양자협의 수용을 거듭 촉구하며 전방위 외교 압박에 나섰고, 일본은 공식 답변을 미룬 채 버티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일 열리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논의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일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일본 측이 우리 정부의 양자협의 제안에 반응하지 않은 것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집요하게 하려고 하고 있고 일본이 응답하도록 할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미온적으로만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우리 정부의 양자협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할 수 있는 ‘복안’이 있다는 뜻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번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에게 양자협의 수용을 재차 촉구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유엔총회 참석을 겸한 겐바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대국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정부는 또 유엔총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이슈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부는 이달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여성의제를 토론하면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관련 법적 책임과 배상을 강조한 쿠마라스와미 유엔 특별보고관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관련 조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이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할 방침이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전방위 외교적 카드를 모색한다는 의미에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우리 측의 양자협의 수용 요구에 대해 공식 답변을 미루면서도 “이미 다 해결된 일”이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기야마 신스케(彬山晉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지난달 30일 한일 기자단 교류를 위해 일본 도쿄 외무성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청구권 문제는 이미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우리 측의 양자협의 제안을 수용할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스기야마 국장은 이어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어떤 (청구권 협정과 다른) 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소위 여성평화기금을 마련했다”면서 “이 기금은 현재 해산됐지만 후속 조치는 남아있고 여러 대응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때 민간기구인 아시아여성기금을 발족시켜 각국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주도록 추진해왔으나 우리 측 시민단체들이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반발해 무산됐다.
현 국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쉽게 수그러들기 어렵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번 이슈가 국내외적 공론의 초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정부 모두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당초 우리 정부는 한일 협력관계를 고려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온적으로 반응해온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구체적인 외교적 해결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일본 정부에 강한 압박을 가하는 쪽으로 외교적 대응기조가 정해진 것.
고위당국자는 “개인적으로 헌재 결정을 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못 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