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새 전기 맞은 월스트리트 시위

2011-10-03 12:55

(워싱턴=송지영 특파원) 뉴욕에서 전개되고 있는 '월스트리트를 점거하자(Occupy Wall Street)' 시위가 점점 조직화되어가면서 시작한지 3주가 지났지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초 이 시위가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목표가 불문명하고(월스트리트를 점유해서 뭘 하겠다는 말인가?) 조직화되지 않은 시위인 만큼 곧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게다가 소위 좌파 언론에서도 이번 시위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군에서도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2일 시위에서도 무려 700명이나 경찰에 잡혀 가는 등 시위대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수든 진보든 언론들이 ‘왜 이번 시위가 지속되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뉴욕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시위대가 조직되어 올라오고 있다. 멀리 로스엔젤레스, 시카고, 보스톤에서도 시위대에 합류했다. 처음 시위대의 외양이 허름한 옷을 입은 마치 히피들 같은 것이었다면, 엊그제는 점잖은 제복을 입은 민항기 조종사들도 수백명 참가했다. 전국 조종사 협회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외치며 시위에 참가했다. 더 나아가 3만4000명의 조직원을 가진 전국 교통 노동자들도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전국 철강 노동조합도 진보적인 무브온(MoveOn.org)에서도 참가할 기세다.

경찰이 정해진 구역외를 조금만 벗어나도 시위대를 포박하고, 최루 스프레이를 뿌려내면서 시위대는 더욱 분노하고 있다. 게다가 몇일 전 시위대를 바라보며 샴페인을 마시는 월스트리트 근무자들의 표정과 모습이 유투브와 언론을 통해 포착되면서 오히려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다.

이들을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은 지난 수년간 미국 경제의 침체 속에서 고통받은 시민들이다. 시위대는 그렇게 외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부양했지만 결국 집이 차압 당하면서 길바닥으로 내팽개쳐 졌다. 천정 부지 집 가격이었지만 은행과 융자 브로커들, 부동산 중개인들은 걱정 없다며 집 구매를 권유했다, 의료 보험이나 은퇴 연금 혜택은 줄어드는 반면 개인 부담금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시위대의 타깃은 여기서 월스트리트로 향했다. 수천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받고도 보너스를 주고 받는 월스트리트가 바로 모든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이다. 월스리트의 돈이 필요한 정치인들은 이미 썩을 대로 썩었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다라서 개혁은 국민들이 나서 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됐.

제조업에서 이미 오래 전에 경쟁력을 잃은 미국은 그동안 달러와 금융 등 서비스업과 군수업으로 버텨 왔다. 월스트리트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IMF 구제 금융을 받은 나라들의 개혁 모델이었다. 이제 그 모델도 무너질 태세다. 적어도 많은 시민들의 마음 속에서 이미 월스트리트는 신뢰를 잃고 그 거대한 뿌리가 뽑힐 태세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 국면 때문에 적어도 다음 개혁 사항중 몇가지는 앞으로 추진되지 않겠냐고 전망한다. 1999년 폐지되어 은행들의 리스크 자산을 급증시킨 주범으로 지목되는 글래스-스티걸 법의 재 시행, 페이 팔( PayPal) 등 인터넷에 기반한 자금 결제 및 송금 시스템의 정부의 공식적 사용. 월스트리트 거대 은행들이 소비자들에게 각종 수수료를 부과함에 따른 반감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부패와 사기 범죄 등에 대한 금융 기관 형사 처벌 추진 등이 시민들의 불만을 달랠 전망이다.